2005년 12월 9일 금요일

좌절

대학에 와서는 좌절의 순간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 고등학교 영어
정말로 영어가 들어간 과목은 다 포기했었다.
수업시간에 자거나 시험보거나 단어를 외우면 그냥 선생님께 맞았다.
몸빵이라고나 할까. 단어 시험보는 학원에서는 안 맞아본 적이 없다.
학교 시험은 겨우 수를 받았지만 학원 시험에서는 100점 만점에 50점 넘은 적이 없다.

. 1학년 겨울 응미 수업
처음으로 포기한 과목이다.
정말로 정말로 짜증나서 수업을 안 들어갔다.
아마 마지막 시험도 안봤을 것이다.
첫번째 재수강 과목이 되었다.
덕분에 물리과도 포기했다.

. 2학년 봄 로켓추진
항공과 4학년 선배의 꾐에 넘어가서 들었는 데,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다.
보통 항공과 3학년 쯤은 되야 들을 수 있는 내용들이라서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 2학년 봄 디지털
실험 족보를 보고 설계를 했는 데, 걸려서 대량 감점 당했다.
차라리 실험을 안 했으면 0점이었을 텐데, 열심히해서 점수가 음수로 나왔다.
점수를 많이 깍였으니 죄책감은 없다.

. 2학년 여름 computation geometry
최우진 교수님이 워낙 학점을 잘 주셔서 들은 과목인데,
한 글자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도 A-를 주셨지만, 그 과목에서 A-는 다른 과목의 D와 같다.

. 2학년 러시아어, 불어
고등학교 때 영어랑 마찬가지로 그냥 포기.

. 3학년 automata, OS
수업은 이해했지만 솔직히 문제나 플젝은 거의 못했다.
특히 OS의 nachos는 하나도 모르겠다.
학점을 받기는 했지만 너무 싫었다.

. 3학년 전산학 개론
다 이해했는 데, 학점이 안 좋아서 또 들어야 했다.

. 3학년 DB
말이 DB지, 이건 쉬운 SQL과목이다. 전산과 과목의 수치라고나 할까.

. 3학년 PL
역시 모르겠다. 내년 봄에 재수강할 생각이다.

. 4학년 졸업연구
사실 한게 하나도 없다.

뭐 그럭저럭 졸업은 할 수 있겠고 대학원도 잘 쓰면 될 것 같기도 한데,
지난 대학생활의 삶을 보면 너무나 한심하다.
고등학교 기준이 적용되던 대학 2~3학년 때는 정말 잠이 오지도 않았다.
콱 죽어버릴가 싶었는 데, 그러기는 인생이 좀 아깝고.
지난 3년간 까먹고 있었던 내 인생의 케케묵은 논쟁이다.
고등학교 때에 비하자면 정말 많은 것을 포기하고 훨씬 현실적인 인생이 됐다.
그냥 지금의 나를 받아 들여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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