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10일 금요일

4년 전의 나

흠, 생각해보면 지금의 나(존재적, 사회적인 나의 정체성)은
상당히 최근(1년 이내)에 형성된 것 같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변화(혹은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그 흔적은 성적에도 고스란히 들어있다.
또한 오늘 고등학교 친구들(민원이랑 광민이랑)과
물리(양자역학, 고전역학, 빛의 이중성 등..), 수학(공리계, 러셀 패러독스, ..)을 주절거리면서 보건데,
4년 전의 나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수업은 2학년 때부터 전산과 였지만 실제로는 2학년 내내 전공 수업은
별로 열심히 하지 않고 수학, 물리학만 혼자 고민했던 것 같다.
내가 engineer라고 깨달은 순간은 이미 3학년이 되버려서
3학년 봄학기에도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기 힘들었다.
3학년 PL과목 이후 진정 공학도가 됐고, 아무튼 3학년 가을에는 학점을 좀 회복했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또 한번의 변화가 있어서
Theory of computation 대신 Network을 주로 했고
그 다음에는 경영책만 드립다보다가 최근에 다시 CG로 전직.

뭔가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매번 이곳저곳으로 전직을 시도하면서 지그재그 인생을 살아버린 듯 하다.
최근에는 대부분 잊어버리고 살지만 가끔 그 과거의 꿈들이
하나씩 언급되는 순간이면 그 때 했던 말들과 사고를 다시 가지게 된다.

아무튼 그래서 이 정도의 학점과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겠지.
처음부터 고민없이 세상이 시키는 대로 했다면 아마 더 나은 학점을 가지게 됐을 것 같다.
대신 영어에는 저항이 심했으니 영어 실력은 더 나빴겠지.

역시나 나의 취약점은 너무 쉽게 어떤 일에 질려버리고
다른 것을 하려고 하서 일관성과 끈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내년쯤, 5년 후, 10년, 30년 후에는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 까?
세상이 변하는 속도보다 약간 더 빠르게 변하고 있는
나의 정체성과 취향은 어떻게 control해야 하지?

지금까지는 학생이었고 비교적 자유롭게 내가 원하는 것들을 선택하고
바꿀 수 있었지만 30대가 되면 그 때는 책임이 늘고 선택의 폭도 줄어든다.
그 때 그 선택에 만족하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을 까?
그 때는 바꾸고 싶어도 못 바꾼다. 실업자가 되지 않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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