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3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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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리학교를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중고시장이 크다는 점이다.
물론 옥션에서 물건을 사고 팔 수도 있지만, 이 시장은 더 안전하고
거래도 빠르고 손쉽게 할 수 있다.
4,000명이 사는 이 기숙사 공동체는 매우 적절한 크기이다.
옥션처럼 수백만명이 이용하는 곳이라면 너무 커서 서로를 믿을 수 없다.
여기는 시장이 그보다는 작고 모두가 학과, 랩, 동문, 동아리 등의 인간관계로
얽혀있으므로 더 믿을만하다.
사기치고 어디로 도망버리기에는 자신의 학력과 인맥이 너무 아까우므로
경제적, 심리적, 생물학적으로 그런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다.
너무 작은 공동체(예를 들자면 100명)였다고 해도 거래는 어려웠을 것이다.
왜냐하면 충분한 수요, 공급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니까.
이상적인 크기와 비슷한 요구를 가진다는 점이 참 매력적이다.
4,000명 중 100명 정도의 사람들이 매번 같은 수업을 듣고 다음학기가 되면
그 교과서를 판다. 컴퓨터 부품이나 mp3, 냉장고 등도 유행을 비슷하게 타고
연령대와 능력(이공계사람들이므로), 취향, 생활환경(방의 크기, 위치, 구조, 활동 반경, 이동시간)이 대게 비슷하다. 집단의 동질성이 물건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비슷한 사람을 4,000명씩이나 기숙사에 모아놓은 곳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세상에 대학은 많지만 전원 기숙사 대학은 그보다 적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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