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25일 화요일

교양있는 사람

교양있는 사람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게,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이다.
과연 '교양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고등학생, 대학생 추천도서 목록에 들어있는 책을 다 읽었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서삼경, 성경, 오딧세이, 목민심서 이런거 다 들어있는 리스트)
대학졸업자가 모두 대학교수가 될 수 있었던 서양의 18세기 후반까지 한국의 해방 직후에는 대학생은 모두 교양있는 사람이었다. 특권층, 엘리트 계층이고 생산적인 일하지 않아도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지주계급이다.
지주계급이기 때문에 실용적인 문제에는 사실상 신경쓸 필요가 없다. 교양만 잘 쌓으면 된다.

과연 지금도 그렇게 사는 집단이 있기는 하는 걸까?
돈 벌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상위 5%에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 집단은 현재 공무원 1~3급 집단이나 의사, 변호사 집단, 교수 집단과는 상당히 다르다.
(물론 이 집단들의 교집합에 속하는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이 다 친하고 모여서 맨날 차나 마시고 있을 리는 없다.)

모여서 교양과 고전에 관해 논의하는 그런 집단?
고전을 논의하는 집단은 현재는 인문학자 집단에 가깝지, 돈 걱정없이 사는 집단과는 별 상관이 없다.

그리스 시대에 철학자가 지금은 화학자와 물리학자, 인문학자였으니 지금도 그런 대접을 받는 게 절대 아니다.

이런 사실들을 모두 무시한채, 교양있는 사람, 상위계층, 계급사회를 매우 단순하게 생각해서 한국사회에 대해 가르치는 어른들은 모두 엉터리라고 할 수 있다. 현실인식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의사도 월급쟁이들 많고, 3선 의원도 은퇴해서 컨테이너에서 사는 사람도 있다. 교수도 돈을 벌기 위해 기업들 쫓아다니며 프로젝트따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신춘문예에 당선되고도 경제적으로 어렵게 사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경제적 성공과 집안의 재력, 학력, 교양수준 간에는 상관관계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들이 모두 100%의 상관관계가 있지는 않다.
(한 가지가 상위 10%일때 다른 면에서도 인구집단에서 30% 정도 이득을 보기 쉽겠지만 말이지.)

그래서 정리해보자면,
요즘 대학을 가야하는 이유는 대학을 가야 성공하기 때문이 아니라, 못 가거나 안 가는 사람이 바보인 시대이기 때문이고, 성적관리없이 교양을 상위 1%로 쌓는 것은 오히려 공부만 하다 굶어죽기 딱좋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같은 성적이면 교양을 많이 쌓은 사람이 잠재적으로 유리하겠지.
그리고 요즘은 가난해도 대학은 대부분 갈 수 있다. 아버지 세대처럼 정말 보릿고개에 죽을 만큼 가난한 것도 아니고 학자금 대출이나 장학금, 알바도 점점 많아지니 말이다. (유럽처럼 대부분 무료로 해주지는 못하니 매우 고생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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