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17일 월요일

배게

내게는 사촌동생들이 많아서 아기들을 볼 기회가 참 많았다.
(음, 좀 더 잡담을 하자면 나는 동생들과는 친하지 않지만 아기들, 아이들은 좋아한다. 울 때, 먹을 때, 토할때, 쌀때만 빼고 -> 그럼 잘 때 뿐인가?)

엄마랑 이모가 어렸을 때 해준 말씀이 있다.
아기들은 태어날때 처음 1주일동안 이용했던 배게를 2살때까지 그대로 쓴단다.
배게를 바꾸면 울어서 절대 다시 잠들게 할 수가 없다던가.
그래서 아무리 지저분해지고 크기가 안 맞아도 그 배게를 다시 줘야 한다.
배게의 촉감이나 두께, 크기, 냄새에 민감한가보다.

사실 나도 좀 그렇다. 이불보다 배게에 더 민감하다.
이번에 이사오면서 배게를 챙겨오지 않아서 하나 새로 샀는 데
첫날은 배게 높이가 맞지 않아서 자지 못했다.
10분마다 깨서 솜을 10%씩 빼면서 알맞는 높이를 찾아봤다.
솜을 얼마나 꽉 눌러 담았는 지, 꺼내고나니 부피가 4배로 커졌다.
아무튼 그렇게 50%도 넘게 빼도 질감이 맘에 안들었다.
솜이 밀도가 높으면 마치 물침대처럼 너무 물컹거려서 잘 수가 없었다.
결국 솜이라는 재료가 나랑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최소한 내가 산 배게의 솜과는 안 맞았다.
차라리 메밀배게를 사는 게 나았을 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 돌로된 딱딱한 배게나 너무 꽉 채워진 메밀배게도 싫어한다.

해결책은 배게가 아니었다.
얇은 담요를 여러번 접어서 적당한 높이로 만드니 그게 제일 편했다.
수건으로는 원하는 만큼의 넓이와 높이를 만들 수 없었고,
얖으로는 배게를 사느니 5천원 ~ 1만원짜리 얇은 담요를 사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원하는 높이를 0.5mm 단위로 조절할 수 있고, 질감도 적당하다.
무릎담요도 배게로 쓰기 괜찮은 것 같다.
솜배게는 요즘은 쿠션으로 쓰고 있다.

@ 결론은 제작자가 의도한 목적으로 물건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사용자(나)가 편하면 그만이지뭐.

그리고 나는 정전기가 많이 생기는 비단이나 끈적거리는 비닐, 까칠까칠한 삼베나 폴리에스테르, 다리에 눌린 자국남거나 털 뽑거나, 가시박히는 대나무 돗자리는 싫다. 순면이 역시 제일 편한 것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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