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26일 수요일

벌(bee)에 관한 기억들

내가 벌이라는 녀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초등학교 2학년때인 것 같다.
내가 교과서 외에 처음으로 끝까지 읽은 책이 '파브르 곤충기'였다.
말벌, 땅벌 뭐 그런 벌들이 거미와 함께 파브르 곤충기의 주인공들이었다.
그리고 모기인줄 알고 손으로 때려잡다가 벌의 필살기에 당해서 손가락이 붓기도 했었다.
처음에는 아파서 계속 긁었더니 더 부어 올라서 손가락이 굽혀지지도 않았다.
이틀간 고생하고 일주일 후 두번째 벌에 쏘였을 때는 긁지 않아서 더 빨리 나을 수 있게 됐다. 역시 사람은 경험으로 배운다.
평생 벌에 물린 적은 3번 정도 뿐인 것 같다.

. 꿀
누가 선물로 준 것인지 벌집과 함께 꿀이 가득 담겨진 사각형의 통을 받았다.
벌통을 그대로 슬라이스로 잘라서 담은 것인 것 같다. 벌에 쏘인지 얼마 안된 후 였고, 벌집의 밀랍은 별로 맛도 없고 치아에 끼고, 꿀은 너무 끈적거려서 싫어했던 것 같다.

나는 단맛을 좋아해서 커피 아메리카노에도 설탕시럽을 듬뿍 넣지만 꿀은 내 체질이 아닌 것 같다. 우유에 아카시아 꿀을 조금 넣어먹었더니 향은 좋았는 데, 머리도 띵하고 배탈이 나버렸다. 한 번이 아니라 3번이나 그런 걸로 봐서 안 맞는 게 확실하다.

. 벌집
우리집 보일러실 입구에 벌집이 생긴적이 여러번 있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다마네기(양파) 자루와 테이프, 모기약, 빗자루로 무장하시고 그들을 몰아내셨다. 그리고 영광의 상처 몇 방. 요즘은 119 부르면 처리해 준다던데.

고등학교 때도 벌집과 벌들, 그리고 이름을 모를 수많은 벌레들이 많아서 석유 용매를 쓰는 모기약과 라이터로 화염방사기를 만들어서 통구이를 만드는 친구들이 있었다. 
(고등학교 기숙사는 정말 무시무시한 곳이었다. 나방 100마리를 수집해서 과학전람회에 출품한 형도 있고, 뱀, 닭, 새, 고양이 등의 짐승들도 발견되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지네 비슷한 것들도 있었다.)

. 등애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들이 처음으로 벌과 비슷하게 생긴 등애라는 게 있다는 걸 알려준 것 같다.

. 대학기숙사
  대학기숙사에서도 종종 벌집이 발견되는 것 같다. 역시나 처리는 캠폴 아저씨에게..

. 그 밖의 벌레들(곤충들)
  초등학교 때 외가집에 가서 고추잠자리를 한참 잡던 시절이 있었다. 엄마나 이모가 잡아서 꼬리에 실을 묶어서 마치 헬륨풍선처럼 내게 건네주셨다.
  매미, 하늘소도 집 밖에서 아버지가 한 번씩 잡아주신 듯. 방부제처리를 하지 못해서 성냥갑에 넣었다가 일주일만에 썩은 냄새가 나서 버렸다.
  (그 썩은 냄새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초등학교 입학하기 1년전 유치원에 다닐무렵 공벌레를 많이 본 적이 있다. 친구집 앞뜰이나 우리집 앞뜰의 흙 속에서 많이 살았는 데, 느리게 기어다니다가 건드리면 비비탄과 같은 크기로 동그랗게 몸을 말아서 딱딱한 키틴질 갑옷이 바깥을 감싸게 변했다. 어떤 친구는 비비탄 총으로 쏴서 공벌레를 멀리 날려보낼 생각도 했었다.

댓글 1개:

  1. 고등학교 기숙사... 정말 천연기념물로 지정해도 될 만큼 온갖 잡놈(...)들이 살았지. 군대 막사도 그 정도는 아니었더라...(25년된 막사 생활 1년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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