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26일 수요일

UCSD 생활 15

. 한국
미국에서 미국친구들에게 한국을 팔아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조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비애국적인 사람이지만
(나는 평균적인 한국인보다 감성적인 애국심이 떨어진다.
물론 이성적으로는 한국을 남들보다 아끼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물론 나만의 해석으로 말이다.

서울도 뉴욕만큼 사람이 많이 살고, 지하철도 잘 되있다는 점이나,
북한(요즘 뜨는 뉴스니까.)이 무섭지만 전쟁은 안 일어날 것 같다든지.
우리 부모님은 내 생일을 음력으로 센다든지.
우리 나라 명절 중 중요한 몇 개는 음력이라서
한국인들도 매 해 언제가 명절인지 몰라서 달력을 새로 사야 한다든지.
한국은 명절마다 세상 다른 사람들이 겪어보지 못한 교통대란도 겪고.
노동 시간도 제일 길고, 도쿄와 서울도 거의 비슷하다든지.

한국인들이 워낙 많아서 한국어도 꽤 잘 가르치는 것 같다.
어떤 미국친구는 나를 보면 항상 "안녕"이라고 말한다.
"안녕", "바보", "여자", "나", "좋아", "나빠" 등을 룸메가 가르쳤단다.

. 유머들
드라마를 많이 봤더니, 이제는 미국식 유머들도 들리기 시작한다.
한국어로 들으면 재미없지만 나름 재미있다.
주로 덩달이 시리즈에 가까운 것들이 많은 데,
한국어보다 영어는 활용이 더 자유롭다.
어휘(단어, 숙어)수도 더 많고 한국어보다 자음, 모음 결합력이 적기 때문인듯하다.
(또한 한국어는 형제언어가 거의 없지만, 영어는 인도유럽어족의 모든 언어와 형제지간이다.)

음, 아무튼, 하나 예를 들면.
며칠 전에 간 Wild animal park가 너무 더워서 투어 기차가 30분이나 연착됐는 데, 그 동안 동물원 직원이 standing 유머를 몇 개 했다.
"사파리 동물들은 포커를 많이 친답니다. 왜 그런지 아세요?"
"사파리에는 치타들이 많이 살기 때문이죠."
cheetah(치타)와 cheater(사기꾼)이 발음이 비슷하다.
갬블러들도 사기꾼들이라고 보고 포커를 잘 치니까 하는 말.
치타 -> 사기꾼 -> 갬블러 -> 포커

"제가 여러분들을 위해 얼룩말 소리를 들려드릴께요."
".....(고요한 적막 n초)"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얼룩말 소리였습니다."

. 지능
내 나름의 미국인의 언어적 지능을 체크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내 영어를 잘 알아들으면 똑똑한 녀석, 못 알아들으면 좀 아둔한 녀석..
신기하게도 아랫층에 사는 미국인 친구가 내 말을 제일 잘 알아듣는 다.
심지어 나의 한국인 친구들보다도 내 영어를 더 잘 이해한다.
(한국인보다 미국인이 내 영어를 잘 알아듣는 다는 것은
그만큼 콩글리쉬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다는 좋은 지표일까?)

반면에 어떤 중국인 친구는 꽤 영어를 잘하는 데,  내 영어는 하나도 못 알아듣는 다. 같이 있으면 전혀 대화가 안된다.;
나는 그 친구 영어를 잘 알아듣는 데, 내 말을 도통 모르겠단다.
(결국 둘 다 답답하니, 자주 얼굴 안보고 있다.)

아무튼 2개 국어를 할 수 있게 되가니 재미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실력도 어느정도 평가가 된다.

. 문맥
나는 언어를 바꾸면 문맥도 바꾼다.
그러니까 한국말로 주로 하는 주제와 영어로 말하는 주제가 다르다.
한국말로 하는 주제들은 대부분 추상적이거나 심층적이다.
바로 이 블로그에 쓰는 것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영어로 말할 때는 좀 더 쉽고 일상적인 주제들을 말한다.
주로 영화나 드라마이기도 하고, 안부를 묻거나 더 사교적인 것들이 주제가 된다.

영어와 한국어를 말할 때 같은 표현이나 문맥을 유지하기는 매우 힘들다.
한국인들이 영어를 못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주변 한국인들을 보면 자주 한국식 표현을 번역하려고 한다.
한국어를 완전히 포기하고 영어식 문맥과 사고를 가지고 하면
훨씬 쉽게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

한가지 문제가 있는 데, 문맥을 바꿀 때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영어를 계속 쓰다가 한국어로 바꾸려면 머리 속의 생각들을 모두 비우고
새로 채워야 해서 시간이 걸린다.
한국어를 쓰다가 영어로 바꾸는 것도 마찬가지다.
30분 안에 소재를 교체할 수가 없다.
왜 이게 문제가 되냐면 conversation partner 친구가 있는 데,
나는 그 친구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기로 하고
그 친구는 내게 영얼르 가르쳐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화가 잘 되다가도 언어를 바꿔버리면 그 주제를 이어 나갈 수가 없다.

나는 내가 한국어로 주로 생각하는 주제를 영어로 바꾸지도 못하고
반대로 영어에서 주로 쓰는 표현도 한국어로 바꾸지 못한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영어를 쓰는 나인 'Ryan(or Brian)'과
한국어를 쓰는 나인 '주현성'이 존재한다.

특히나 3년 전부터 글쓰기 실력이 늘면서 한국어에서만 가능한
표현들을 블로그에 많이 쓰기 때문에 영어로 치환할 수가 없다.

. My name
영어를 쓰는 친구들을 위해 미국이름을 지었다.
고2 때 회화학원에서 지은 'Ryan'이라는 이름이다.
그런데 최근에 'Brian'이라고 바꾸기로 했다.

한국인은 원래 '으','브' 발음을 좋아해서
(한국어의 언어적 특성이 영어에 반영되서 콩글리쉬가 되는 것이다.
언어학 개론 시간에 배웠다.)
내가 Ryan이라고 해도 다들 Brian으로 듣는 다.
그래서 미국친구들이 내게 차라리 Brian으로 이름을 바꾸라고 말해줬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Brian이 되었다.
미국 유학파인 '홍정욱'씨의 '7막 7장'이라는 책을 보면
그 사람도 이름이 Ryan으로 하려다가 Lion과 비슷해서 Brian으로 정했다고
하는 부분이 나오는 데, 내 생각에는 나와 같은 이유(발음상의 편의) 때문인데
자신의 발음의 결점을 좋게 순화해서 표현한게 아닌가 싶다. (프로이드식 내맘대로 해석.)

. 작명
언어를 하나 배울 때마다 그 언어에 맡는 이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식, 독일식, 프랑스식, 러시아식 이름도 하나씩 지을 까보다.
지난 번에 멕시코 친구가 자기의 한국식 이름을 지어 달라는 데 뭐라고 할까?
'병식', '순돌', '철수' ...
멕시코 이름이 뭔지 물어봐서 비슷하게 지어줘야 겠다.

한, 중, 일이 서양보다 이름 set의 더 넓은 것 같다.
뭐라고 해야할까. 동양식 이름은 인디언식에 가까워서
일반명사나 고사성어들을 이름으로 쉽게 가져다 쓸 수 있다.
서양이름들은 주로 과거에 있던 이름이나 성서(Bible)의 이름의 모방이다.
예를 들면 한국에는 '바다', '한별', '조국' 같은 이름들이 흔하지만
미국인 중에 'Sea', 'Ocean', 'Star', 'Father's country'
이런식으로 이름을 짓는 사람은 거의 없다.
'Tom', 'Jack', 'Bill'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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