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23일 일요일

Fahrenheit 111 - Wild Animal Park

. 무슨 스포츠카 이름이라면 멋지겠지만 아니고..
. 마이클 무어 형님의 영화 'Fahrenheit 911'과도 별 상관은 없다.
. 오늘 경험한 온도.

어제 Sea World에 갔을 때, $14를 아끼기 위해 Sea World, Wild Animal Park, San Diego Zoo 3종세트(3 for 1 ticket)를 샀다. 그래도 무려 $99.95의 놀라운 가격.
갈까말까 꽤 고민 많이 했다. 여기서 30mile(50Km) 쯤 떨어진 곳인데,
시내 버스를 2번 환승하고 무려 3시간이나 걸린단다.
버스는 2시간에 한 대씩 오고 환승 때마다 1시간씩 정류장에서 기다려서.

차 없는 미국 여행이 얼마나 무모한 지 다시 한 번 확인했지만 그냥 가기로 했다.
(20살도 안되서 술도 못 먹고 라스베가스 포커판에도 못 들어가는 대학 1학년 미국 친구들도 다들 차를 몰고 다니는 판에..)
택시비는 얼마나 들지 계산해 봤는 데, 세 사람이 나눠내도 왕복 $40.
반면에 버스는 UCSD ID 무료 이용 번호와 1 Day tripper(일일 이용권)을 써서 $4.
우리의 wild한 하루는 그렇게 시작됐다.

첫번째 trasfer point는 Sorana Beach. 처음 UCSD 들어오던 날 내렸던 Amtrek(train) station이 있던 곳이었다. 그 날은 101번 버스가 있는 지 몰랐으니, 택시비로 5명이 $70를 내야 했다.
아무튼 어디서 환승하는 지 몰라서 기차역까지 걸어가서 visitor information에서 한가롭게 인생을 즐기고 있는 공무원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해변 옆에 있는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캘리포니아 해변이라고 하면 마치 Baywatch 같은 비키니 걸과 근육질의 coast guard를 상상하게 되지만 실제로는 내 몸집의 3배쯤 되는 은퇴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돗자리 펴놓고 베이컨 될때까지 센탠을 하는 게 더 많이 보인다.
San Diego는 무지 부자동네라서 realtor 광고도 많고 집도 5~20억씩 하는 멋진 곳들이던데, 은퇴한 부자 노인들이 많이 온단다.
Bus stop의 모든 bench는 realtor(부동산 업자) 광고가 박혀있다.

아무튼 그리그리 앉아있다가 나와 행색이 비슷하지만 신발도 안 신은 노숙자 아저씨 한 명이 벤치에 앉고.. 좀 있다가 버스가 왔다.
Wild Animal Park라서 그런지 정말로 산골짝에 있는 듯했다.
2번째 버스를 타고 한 쪽 종점에서 반대 쪽 종점까지 가는 아주 산뜻한 코스.

시골을 털털거리며 가는 버스지만 정말 좋은 것 같다.
서울시에서 새로 도입한 버스만큼이나 말이지.
에어콘도 당연히 다 있고 주행중에서 차체가 높지만 사람이 타고 내릴 때는 kneeling이라고 버스 차체가 낮아진다. 그래서 휠체어를 탄 사람도 그냥 탈 수 있다.
(미국은 휠체어탄 사람이 참 편한 것 같다. 다들 전동 휠체어라서 스틱을 틱틱거리면서 온갖 곳을 다 돌아다니고, 씨월드든 어딜가도 제일 앞 자리는 휠체어 장애인 석으로 지정되있고, 주차장에도 휠체어용이 많고, 인도도 낮게 된 곳이 많다. 문턱도 없고, 휠체어로 어떤 계단이든 옆에 경사를 통해 올라갈 수 있다.)

드디어 2번째 환승지. 내리는 순간, 캘리포니아주 만큼이나 큰 불가마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숨이 막히면서 너무 더워서 땀도 별로 흐르지 않았다.
건조한 곳이라서 땀이 나면 바로 증발해 버리는 것 같다.
한국보다 훨씬 더웠지만 땀이 차서 찝찝하지는 않았다.
다만 선풍기를 돌려도 정말 뜨거운 바람이 나올 뿐.

디즈니랜드, 씨월드, 와일드 애니멀 파크 모두 길가에 분무기가 있어서 미세 물방울도 부지런히 안개처럼 뿌려주는 데, 옆에 있으면 꽤 시원하기도 하지만 오늘 같이 더운 날에는 별로 통하지도 않았다.

와일드 애니멀 파크를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하다.
사실 아침 6시까지 계속 비가 와서 (미국에서 2번째로 본 비다.)
오늘은 꽤 시원할 꺼라고 생각했는 데, 역시나 해가 뜨자마자 7시에 이미
땅은 다 말라버리고 잔디밭에만 습기가 약간 있었다.

와일드 애니멀 파크 도보 관광은 힘들겠고 투어 기차를 타기로 했다.
45분짜리인데, 3분 간격으로 온단다. 그늘에서 기다리다가 에어콘 기차 타면
되겠거니 했다. 하지만 한 30분 기다린듯.
오늘 너무 더워서 철로가 늘어나서 운행이 잠시 중단됐단다.
그럼 얼마나 더운데? (Fahrenheit) 111. 흠.. 대충 암산해보니 아마도 40도가
아닐까 싶었다. 내 인생 제일 더운 곳에 있어본게, 아버지에게 붙잡혀서 뛰쳐나오지 못한 사우나와 독일의 60도 사우나를 제외하면 실온으로는 35도 (아마도 광주겠지?) 인 것 같은 데, 가볍게 기록갱신.
이런 우라질 부르스 같은 날을 봤나..
사실 미국 온날부터 덥기는 했지만 그건 햇볕에서 였고 그늘에서는 항상 버틸만 했다. 오늘은 그늘에 있어도 거의 죽을 뻔한 날이다.
충격적인 점은 방에 와서 계산기로 계산해보니 섭씨 43.9도 라는 것이다.
흠, 이제 대구 출신 친구들에게도 꿀리지 않을 것 같다.
섭씨 43.9에 와일드 애니멀 파크를 싸돌아다니다니.

중앙아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출신 동물들을 싸그리 모아 놓고
환경도 비슷하게 꾸며놨다. 크기도 꽤 커서 걸어다니는 건 쫌 흠들어 보이고
자동차 투어를 하면 큰 트럭(오렌지나 코끼리를 실어나를 것 같이 생긴
나무판자를 댄 큰 트럭)에 20명 쯤 태우고 돌아다닌 단다.

오늘은 온도마저 아프리카와 비슷했다.
아무튼 동물들도 생존을 위해 다들 그늘에서 나오지 않았다.
새장을 가도 날아다니는 새는 한 마리도 없다. 다들 둥지에서 피서 중.
하지만 한국 동물원과 달리 사자들이 팔팔했다.
보통 한국 동물원 뿐만 아니라 원래 사자는 야생에서도 12시간 이상 수면한 단다.

필리핀, 태국 or 인도 보신관광에서도 많이 보는 코끼리 쑈도 보고
기린, 영양, 코뿔소, 가젤, 야생마, 들소, 플라밍고, 고릴라, 보노보노도 떼로 보고 왔다.

이번주 초반은 여름치고는 지나치게 시원했는 데, 그 때 갔었으면 참 좋았을 것을
생사를 넘나드는 더위에 도망치듯 파크를 빠져나왔다. 오후 4시니까 꽤 일찍 나온 셈인데.
2번 환승에 3시간 버스타기는 꽤 빠듯해서 1번째 버스는 막차였다.
1번째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너무 더워서 기념품 점에 들어가서 물건도 안 사면서 1시간 버텼다.
여행하면서 맨날 써먹는 짓이다. 은행, 백화점, 맥도날드 or 기념품 점에서
제 정신으로 돌아올 때까지 돌아다니며 열 식히기.
덕분에 일본에서 들어가본 백화점이 15개는 될 것 같다. (매일 3개씩)
(반바지에 슬리퍼 신고, 까만 발에 땀빠진 머리카락을 하고 귀부인들이 돌아다니는
일본 긴자의 백화점에 들어간 나는 참 안 어울린다. 내 몸에 걸친 모든 것을 합쳐도
그녀들의 신발 한짝 값이 안 되리라.)

미국의 물가는 뭐가 그리 비싼지, 사실 옷이나 신발, 모자, 기념품 이런거는 다 중국, 동아시아제를 사면
우리나라랑 가격이 같은 데, 음식이 은근히 비싸다. 최소 포장단위 or 1인분의 사이즈 차이 때문인데.
Regular를 시켜도 한국의 super size만큼 크고 아무리 먹어도 이런 한국 2인분 같다.
아무튼 그래서 2배 받아 먹는 다.
나는 Kid's mill을 주로 시킨다. 양도 맞고 가격도 좀 저렴하게 $7 쯤 이고,
예쁜 장난감이나 그림그려진 컵도 준다. (한국에 가져가려고 했으나 짐되서 눈물을 머금고 버렸다.)
흠.. 양으로보나 키로보나 시키는 메뉴로 보나 취향으로 보나 아직 어린이 못된 건가.;;
디즈니 랜드랑 시월드에서 사고 싶은 게 참 많았다.
곰인형, 네모(네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모자, 미키마우스 귀 모자, 돌핀, 상어, 코알라, 강아지 인형 등..
('어머니, 소자는 스포츠카를 가지고 싶습니다.'에 비하면 얼마나 소박한 소원인가?)
아무튼 그런거는 하나도 안 사고 Penny 1개와 Quarter 2개 넣고 돌리면 Penny 1개를 납작하게 만들어서
글자랑 그림 박아주는 저렴한 기념품이나 챙기고 있다.
Penny는 돈으로도 안 치나보다. (울나라 9~10원인데, 미국 물가로 따지면 5원도 안되니 돈으로 보일리 없지.)
맘대로 납작하게 만들어서 기념품으로 바꿔 버리는 데도 정부에서 신경도 안 쓰는 걸 보면 말이지.

San Diego도 참 신기한 곳이다. 미국 동네 슈퍼마켓들은 다들 center나 town에 있는 데,
꼭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어디든 가운데 주차장이 있고, 무지하게 크다.
인구도 별로 안될 동네들에 뭐 그리 큰 슈퍼가 많은 건지.
우리나라라면 절대 수지가 안 맞아서 양재동 쯤 되지 않으면 못 들어올 그런 대형 마트가 가득하다.
그리고 도로들도 참 좋은 것 같다. 5번 Interstate는 12차선이고 (경부고속도로를 n배 넓혀 놓은 셈) 동네 도로도 최소한 4차선.
Sim city 할 때 아파트 단지마다 옆에 큰 도로를 짓는 게, 게임이라서 그렇게 하는 왜곡인줄 알았는 데, 미국은 진짜로 그렇다.
미국 주거 지역의 절반은 도로나 주차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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