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ack beach
UCSD에서 서쪽으로 10분쯤 가면 나온다는 멋진 해변(해수욕장)
. Black beach를 찾아서
외국 여행 다니면서 길을 많이 잃었지만 이렇게 위험한 적은 처음이었다.
나혼자 가보려고 했는 데, 미국인들이 이렇게 말했었다.
"혼자서는 찾기 힘드니까, 꼭 길을 아는 미국인 친구랑 가셈."
"걸어서 갈 수 있는데, 설명하기 힘들어, 같이 가봐야만 해."
"언덕 올라가는 게 좀 빡세지."
그러나 중국인 왈
"그거 별로 안 복잡해, 검은 문 열고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한 블럭가고
왼쪽에보면 검은 문이 있으니까 그거 열고 가면 돼."
중국인의 말을 듣고 간단하게 가보려고 했다.
일단 큰 검은 문(높이 2.5m, 넓이 5m)을 통과하는 것이 관문.
그냥 열릴 줄 알았는 데, 안 열렸다.
사유주택지인듯 한데, 그 거주 지역 내 주인들이 열어줘야만 들어가는 듯.
고급차가 나오면서 문이 열리길래 그 틈에 얼른 들어갔다.
(다시 말하면 돌아올 때도 나오거나 들어오는 차가 있어야만 갈 수 있다.)
멋진 핑크+갈색주택이 가득했다. 모두 같은 모양의 집이 수십채 있었다.
오른쪽으로 틀어서 한 블럭(대략 30m) 가니 검은 아스팔트 길이 계속 이어졌다.
한 집을 지나지 작은 검은 문(높이 2m, 너비 1m)이 나와서 열었다.
무슨 호텔 뒷뜰 같은 곳이 나왔다.
계속 걸으니 또 길이 나왔다. 공사중이라 지나갈 수 없다고 되있는 데,
사람은 갈 수 있었다.
저, 멀리 바닷가도 보이고 이제 언덕 하나만 넘으면 바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왠걸, 70m짜리 계곡을 하나 건너야 했다.
(밑으로 70m 내려가고 위로 다시 70m 올라가야 한다는 뜻.)
경사도 급해서 슬리퍼로 오르고 내리기는 무리였고,
주변은 매우 건조하고 선인장과 열대 식물로 가득했다.
이리저리 조심조심 계곡 밑까지 내려가는 것은 성공.
(여기까지 벌써 30분이나 걸렸다.)
물이 바다까지 통하길래, 언덕을 오르지 않고 계곡물을 첨벙거리며 가려고 했다.
근데, 1m짜리 웅덩이도 있고 계곡은 진흙으로 가득해서
발이 한 번 빠지니 신발조차 잃어버릴 뻔했다.
도저히 옷을 다 버리지 않고는 지날 수 없는 곳이었다.
아무래도 아닌 듯 싶었다.
다시 조심조심해서 올라왔다.
계곡이 상당히 험해서 발을 잘못 짚으면 미끄러져 바위에 머리를 부딪힐 수도 있었다.
대략 아주 건조한 북한산을 슬리퍼 끌고 올라갔다고 보면 된다.
(북한산 정상 근처가 얼마나 험한지 가본사람은 안다.)
고생은 여기까지 인줄알았다.
땀이 비오듯 낫지만 반대로 돌아가면 1시간 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거니까.
근데 주택가에서 길을 한 번 잃었더니, 계곡보다 더 난감했다.
집들은 다들 호화 주택인데, 주택가를 통과할 수가 없었다.
모두 3m 이상되는 대문과 담장으로 막혀있어서
100m를 걸어도 UCSD 쪽으로 갈 수가 없었다.
UCSD와 평행한 방향으로 계속 걷고 있었다.
길이 폭은 10m 쯤 되서 넓은 데, 꼬불꼬불해서,
더 가까워 질지, 멀어질지 알 수 없었다.
주택들의 뜰에는 모두 멋지고 큰 나무들(5m~10m)이 심어져 있었지만
내가 걷는 아스팔트 길 위에는 그림자 한 점 들지 않고,
어디 가게도 없으니 물 한 방울 사 마실 수 없고,
지나가는 사람, 뜰 안에 보이는 사람 하나 없어서 길을 물을 수도 없었다.
미국에서는 주택가도 사막같다.
물 없고, 차도 없고, 그늘도 없고, 사람도 없으면
주택가 한가운데서 바베큐 + 미이라 되는 거다.; 흑, 흑. T.T
30분간 주택가를 계속 걷다가, 드디어 교회 발견.
Church, Institute라는 문구들이 있고, 문이 열린걸로 봐서
무슨 신학교인것 같기도 했다.
"Hello~" 소리쳐도 아무 대답이 없다.
아무튼 교회가 물 인심마저 박하지는 않을 테니,
그냥 들어갔다.
(그 구역에서 유일하게 문이 열려서 들어갈 수 있는 건물이었다.)
정수기의 물을 두 바가지를 마시고 정신을 차려봐도 사람이 없다.
아무튼 물을 마시고 제 정신이 들었으니
다시 힘을내서 UCSD 방향으로 걸었다.
교회 반대쪽 철망이 다행히 열려있어서 나올 수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보행자 중심이라 블럭이 10~20m 단위인듯 한데,
미국은 어떤 주택가는 한 블럭이 매우 큰 것 같다.
한 블럭을 빠져 나오는 데만 걸어서 수십분,
차 없으면 자기 집에 들어가지도 나오지도 못하게 만들어 놨다.
마치 걸리버여행기의 거인국을 여행하는 기분이다.
등치도 크고 차가 있는 미국인들에게는 5분 거리지만
몸도 작고 차도 없는 나는 1시간 가도 못 벗어난다.
La Jolla도 이런데, 그랜드 캐년 같은 곳은 정말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아야지.
지금까지 내가 여행해본 도시들은 모두 대도시였다.
유럽에서 여행한 도시 중 제일 작은 도시가 찰츠부르크였는 데,
거기도 La Jolla보다 인구가 10배는 많았을 꺼다.
미국은 확실히 유럽이나 아시아와는 다르다.
사람 많은 곳만 위험한 줄 알았는 데,
사람 하나도 없는 이런 곳도 위험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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