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5일 화요일

미국여행 17 - LA

. 까만 얼굴(Dark brown)
  샌디에고에서 이미 절반 이상 타서 brown이었는 데,
  라스베가스를 지나고 나니 dark brown이 됐다.
  여행 초반과는 달리 갈수록 흑인 아줌마들이 나를 친근하게 대해주고
  남미계 사람들도 내가 '아미고(이봐, 친구)'라면서 스페인어로 말을 거는 게 늘었다.
  현지화에 성공했나보다.

  미국에서 오래 산 한국인 누님에게 물어봤다.
  나 : "왜 사람들이 나보고 미국에서 태어났냐고 물어보는 지 모르겠어요."
  누님 : "그건 말이지. 네가 까매서 그래. 한국에서 사는 한국인들은
         빌딩 숲에 사니까 햇빛을 쬐기 힘든데, 미국에서 사는 한국인들은
         다들 잘 탔거든."
  나 : "그런 거군요."

. Hollywood/Highland
Walk of Fame을 쭉따라 hollywood에 도착했다.
숙소는 Walk of fame에 있었다.(El capitan 극장 바로 옆)
신촌, 이대, 강남처럼 떠들썩하고 밤에도 나이트클럽들이 쿵짝거리고
폭주족들이 빠라빠라 거리고 돌아다녀서 시끄러워 잘 수가 없다.
나이트 클럽 가기에는 좋은 곳이지만 휴식을 취하기에는 비추.
산타모니카가 훨씬 좋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브루스리(이소룡, 싱하형) 등의 코스튬을 한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 walk of fame이나 만 차이니즈에서 스타들의 이름과 싸인을 찾아보는 재미는 있다.
http://en.wikipedia.org/wiki/Hollywood_and_highland
http://en.wikipedia.org/wiki/Walk_of_fame

. Hollywood Bowl
뭔가해서 공짜 셔틀버스를 타고 찾아가봤다.
비버리힐즈 근처에 있는 야외음악당인데, 아주 유명한가보다.
프랭크 시나트라 등 유명한 사람들이 공연을 했단다.
http://en.wikipedia.org/wiki/Hollywood_Bowl

버스 옆 자리에 아들을 3명이나 데리고 구경가는 아저씨에게 물어봤더니,
그 날은 LA philhamonic orchestra의 공연이 있는 날이란다.
티켓이 비싸서 관람은 포기.
그 아저씨는 친척이 지휘자라서 싸게 표를 구했다는 군.

나 : "오늘 공연 뭐예요?"
아저씨 : "LA 필하모니 공연인데, 아는 사람이 지휘자랍니다."
꼬마들 : "아빠, 지휘자가 뭐야?"
아저씨 : "오케스트라 앞에서 막대기 흔드는 사람 있잖아."

공짜로 들어갈 수 있는 hollywood bowl museum은 들어가 봤다.
오즤의 마법사의 주제곡인 'over the rainbow'도 흘러나오고
'Singing in the rain', 오스카 시상식, 'the king and I',
'Contemporary musical music' 같은 음반도 있더라구.
나중에 돈 벌면 한 번 구경오지.

Hollywood Bowl은 원래 공연 전에 도시락을 까먹는 게 전통이란다.
관람을 온 백인들이 밥솥보다 더 큰 도시락 통을 들고와서는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많이 먹으니 도시락도 커야지. 일본 도시락보다 20배는 클듯.)


. Koreatown
잠시 지하철을 타다가 내렸더니, 코리아타운이 보였다.
길을 잠시 잃고 어느 빌딩 앞에서 어딘지 봤더니.
'한국 총영사관'
다들 아는 것처럼 간판이 다 한글로 되어 있다.

Subway red line에서 wilshire/western ~ wilshire/vermont역은 모두 koreatown이다.
http://en.wikipedia.org/wiki/Koreatown,_Los_Angeles,_California

. Central library
뉴욕의 공립도서관이 유럽 궁궐스럽다면 LA의 공립도서관은 멕시칸 스타일이다.
그리고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모습이다. 커다란 유치원에 들어온 기분이라고나 할까.
Library card(도서관 회원증)도 기념품으로 한장 만들어 가려고 했는 데,
캘리포니아에서 거주하는 주소지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가져오란다.
(외국인이라도 상관은 없다.)
I-20에 적혀있을 텐데. 아무튼 이제는 주거지가 없으니 카드를 만들 수 없었다.

. 두드러기
헐리웃에 도착한 날부터 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여행 후반에 이게 무슨 재앙인가 싶었는 데, 3일만 참으면 귀국이니 참아보기로 했다.
3일간 무진장 간지러웠는 데, 한국 돌아오는 날이 되니 괜찮아졌다.
지저분하고 시끄러워서 피곤한 헐리웃 호스텔 때문이었나보다.
산타모니카에서 휴양을 즐기니 역시 괜찮아 지는 구나.

. 무선인터넷
1개월내내 무선인터넷과 싸워야 했다.
호스텔 예약이나 기차, 버스 예약은 인터넷이 편한데, 여행 중에 호스텔의 절반이 인터넷이 안되거나
공용 컴퓨터에서 10분당 1달러씩 받았다.
돈도 문제지만 공용 컴퓨터에서 신용카드 결제는 위험하니까.

무선인터넷이 잘 되는 동네에서는 내 컴퓨터가 말썽이었다.
LA에서는 남들은 인터넷이 잘되는 데 나만 안됐다.

나 : "저기요, 여기 wifi 되나요?"
중국인 소녀 : "AP 5개나 잡히는 걸요."
나 : "나는 0개. 흑." (상처 받았다.)

무선랜이 내장된 노트북이 안테나가 길게 들어있어서 더 잘된단다.
내꺼는 노트북이 옛날꺼라서 USB 무선랜카드를 샀는 데.

. Union Station
LA에서 첫 날 도착했던 Union station에 다시 도착했다.
역시 두 번 가보면 처음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제는 대충 어떻게 생겼는 지 알만하다.
그런데 지하철이 어딘지 모르겠다.

Amtrak 직원에게 물었는 데도 모른다.
미국애들은 자기 하는 일 아니면 뭐가 어딨는 지 모른다.
대부분 자가용 있으니 지하철이 어디있는 지도 모르는 거겠지.

사람이 정말로 많았다. 다들 휴가가나보다.

. 엘 푸에블로 사적 공원
LA는 원래 멕시코의 도시였는 데, 미국이 멕시코와의 전쟁으로 다 빼앗은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멕시칸들은 LA에서 세력이 꽤 된다.
엘 푸에블로 사적 공원은 LA의 발상지에 해당하는 곳이다.

사실 LA 전체가 히스페닉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스페인식 지명과 건물들도 그렇고 어딜가도 영어와 스페인어 2개국어로 되어 있다.
샌디에고도 그랬다. 경고문, 안내문 등..

. Little tokyo
Koreatown, chinatown은 여러번 가봤지만 japanese town은 처음이었다.
완전 일본스럽다는 점 빼고 활력은 별로 없었다.

. 캘리포니아 과학관
LA 올림픽이 있던 그 공원 옆에 있다.

. 장미정원
캘리포니아 과학관 옆에 있는 정원인데, 결혼을 하고 웨딩 촬영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 산타모니카
시끄럽고 북적거리는 헐리웃에서 산타모니카로 숙소를 옮겼다.
휴양지답게 아주 조용하고 시설도 최고였다. 진작 거기로 옮기는 건데.
베니스 해변, 산타모니카 해변은 정말로 넓었다. 1시간을 걸어도 계속 해변.
말리부 해변은 너무 멀어서 포기.
(말리부 해변이 baywatch의 주무대라는 데. 이렇게 아쉬울데가)

. 노인 투숙객들
산타모니카에는 노인 투숙객들이 많았다.
나와 함께 8인실을 썼다.
하루 $29면 한달이면 거의 90만원인데.
물어보니 여행자는 아니고 그냥 거기서 사는 장기 투숙객이란다.
그게 집세보다 싸다나, 그 동네에서는 90만원짜리 집을 구할 수 없다는 건가.

. UCLA - http://www.ucla.edu/
마지막으로 찾아간 대학은 UCLA였다.
여행 마지막날 아침 일찍 일어나 UCLA로 바로 출동.
대략 UCLA의 대학가인 westwood 버스 정류장에서 내렸는 데, 길을 잘 모르겠다.
책가방을 맨 사람을 찾아서 말을 걸었다.
동양계의 얼굴에 머릿숱은 좀 흰색도 보이고, 30대 초반인 것 같았다.
젊은 교수인 것 같기도 하고.

나 : "저기요. UCLA가 어디예요."
학생 : "길 건너면 되요."
나 : "UCLA 가세요?"
학생 : "물론."

그 사람을 그냥 따라가면 되는 것이었다.
중국인 + 일본인 혼혈인데, 하와이에서 태어났단다.
연구분야는 파충류.
아마존 이야기와 자연사 박물관 이야기를 소재로 던졌더니 덥썩 물었다.
"파라과이랑 열대우림 다녀왔는 데 빡센 곳이었지."
"그래도 내가 하와이 출신이라서 잘 지냈어."
"하지만 온갖 정체모를 벌레들이 다 팔을 다 뜯어먹어서 힘들었어. T.T"
"자연사 박물관에 우리 교수님이랑 친구들 많이 있어."
"나는 늦깍이 박사과정 학생이야."
"그래 젊었을 때, 머리 굳기전에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잘 구경해야지.
그럼 잘 구경하고 가~. 저기 가면 학생회관에서 학교 지도 줄꺼야."

10분 쯤 걸으니 UCLA까지 도착했다.
학생 회관에 있는 Jamba juice에서 쥬스 한 잔 뽑아 마시고 지도 받아서 나왔다.

. VA(Veterans Administration, 재향군인회) hospital
전쟁을 많이 하는 나라답게 대학 옆에는 항상 다친 군인들을 위한 병원이 있는 것 같다.
UCLA에도 있고, UCSD에도 있다.

. 한국인 아저씨
산타모니아 해변에서는 한국인 식당 아저씨를 만났다.
서울대 공대를 나와서 연구소에 근무하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오셨는 데,
공부는 그만두고 창업을 해서 냉장고 사업으로 돈을 벌고
요즘은 회사랑 해변의 식당을 운영하신단다.
젊었을 때 여행 많이 다니고, 기회의 땅 미국에서 사업 같은 것도 생각해보라는 군.

. UCLA tour
UCLA에서는 고등학생들에게 학교를 소개하는 투어를 따라 다녔다.
미국의 학교 투어는 대학 재학생들이 알바로 하는 거라서 참 재미있다.
학교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많이 들려준다.
UCLA와 UCS도 라이벌이라서 그들만의 이야기가 많단다.

"UCS 녀석들이 하루는 UCLA에 와서 분수에 빨간 물감을 타놓은 만행을 저질렀지.
분수에 물감이 돌면서 빨간 거품이 왕창 생겨서 학교가 엉망이 됐어.
그래서 우리도 복수를 하려고 했지."
"UCS에서는 테러의 대상이 뭔지 알아차리고는 24시간 경비를 세워서
그들의 동상을 보호했어."
"하지만 우리는 동문에게 연락을 해서 헬기를 빌린 다음.
헬기에서 물감을 투하했지."
"UCS에 가면 아마 UCLA 학생들이 타고온 헬기가 추락했다고 주장할텐데 다 뻥이야 믿지마."

학교에 대한 온갖 자랑들이 이어졌다.
"울 학교는 노벨상도 많지만 스포츠 스타도 무지 많아."
"헐리웃 영화도 엄청 많이 찍지. Legally Blonde도 하버드가 아닌 여기서 찍었어."
"가끔씩 헐리웃 스타들이 놀러와."
"학비는 비싸지만 졸업하면 금방 부자 될테니 걱정마."
"이렇게 큰 트로피 룸은 울 학교 밖에 없어. 딴 학교는 이런 우승 트로피가 별로 없으니까."
"MBA 스타들이 이용하던 코트에서 너도 농구를 즐길 수 있어."
"지난 달에는 첼시 축구구단이 울 학교 운동장에서 연습을 했었지."
"비버리 힐즈 부자들이 가끔 페라리를 몰고와서 약올리고 가는 데, 괜찮아. 우리는 똑똑 하잖아."
"솔직히 UCS보다 UCLA가 더 똑똑하고 돈도 더 잘 벌지 않아."
"여기는 3년간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어. 딴 학교는 1~2년이지."
(UCSD는 2년이다. Berkeley는 1년.)

. Bruin bear - http://en.wikipedia.org/wiki/UCLA_Bruins
UC 계열의 상징은 곰이다. 그 중에서 UCLA는 bruin bear라는 아기곰.
Berkeley는 golden bear.

"Berkeley는 golden bear니까 제일 좋은 거 아니냐고?
그 곰은 이제 늙었어. 젊고 싱싱한 bruin bear가 최고지."
아무튼 미국 대학생들은 입심이 좋다.

. 참고
http://en.wikipedia.org/wiki/Los_angeles
http://en.wikipedia.org/wiki/Republic_of_California
http://en.wikipedia.org/wiki/Flag_of_California
http://en.wikipedia.org/wiki/History_of_California

댓글 4개:

  1. MBA->NBA 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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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렇군.;; NBA(National Basketball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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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어라 무선랜은 외장형이 더 잘잡힐텐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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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내 친구들은 내장형은 노트북 내에 긴 안테나가 내장되어 있을 꺼라서 내장형이 좋다고 주장하던데.

    내가 가장 외장형 랜카드는 당연히 손가락길이만한 USB형이지.

    어떤 것이 사실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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