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30일 토요일

새로운 생명체를 디자인하기

의학의 최종 목표 중 하나가 영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뭐 그 중간에는 통증 감소, 생명연장, 편안한 죽음 등 많은 mile stone들이 있겠지만 또 하나를 끼워 넣어보자면 새로운 생명체를 디자인해서 인간을 개조시키는 게 아닐까 싶다. (인간개조는 신체적으로 훌륭한 군인을 키우는 전체주의 같은 무서운 걸 연상시키 단어이긴 한데, 그런 의도는 아니고..)

뭐 당장 인간에게 날개를 달고, 피아노 연주를 위해 손가락 몇 개 더 달고 할 수도 있을 테지. (영화 제5원소에는 손가락이 10개가 넘는 피아니스트가 나온다. 공각기동대에서는 손가락이 수십개인 사이보그가 나오고) 그것에 관한 상상들은 superhero들이나 미드 heroes, 만화(영화) X-men 등에 반영되어 있다. 인간에서 조금 변형되어 있으므로 mutant라고 부르기도 하고 그보다는 좀 더 친근하게 부를때는 superhero가 된다.

새로운 생명체를 디자인하기는 쉽지가 않다. 기존의 생명체를 조금만 수정해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진화론을 반박하는 사람들의 주장도 있지 않은 가.
인간이 인간을 수정하려는 노력은 주로 의학에서 이루어지는 데 정말로 어렵다. DNA 정보 몇 개가 잘못된 질병들을 고치는 데에도 수정 전에 DNA 정보를 바로잡지 않는 이상 엄청나게 어렵다. Single gene에 의한 질병이 너무도 많더라고. Sickle cell anemia부터 말이지.

뭐 자연이라고 항상 인간처럼 수정을 쉽게 하지 않는다고 congenital defect들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종류가 많으니까. 개별 defect의 빈도는 1:1,000 ~ 1:1억이라고 쳐도 그 모든 건 다 피해가기가 어디 쉽나.
하지만 위대한 생명체는 그런 사소한 defect들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남아서 인간만 해도 60억명이나 있더라는 거지. 현재는 진단의학이 발달해서 모든 defect를 치료하지는 못해도 defect를 찾기는 엄청나게 잘한다. 길에 걸어가는 모든 사람들을 scan해도 완벽한 사람이 아마 거의 없을 꺼라는 거지. 아주 작은 예로 치과교정학에서만 해도 기준에 따라 완벽한 교합자를 1% 이하로 보고 있으니. 이런 식으로 sieve로 치면 몇명이나 남겠어. 우울증 환자가 인구의 30%라는 통계도 있고.

서론만 엄청나게 긴데.
아무튼 생명공학의 어느 미래에 가서는 우리가 마인드스톰처럼 키트를 사서 신처럼 놀이를 하면서 새로운 생명을 만들게 되겠지. 그 전 단계로 우리는 이미 게임 속에서 새로운 생명체들을 만들고 있고.

전자공학이 그러했듯, 과거에는 자연에 있는 전기적 현상을 그저 구경하고, 천둥, 번개가 치면 도망가기만 했지만 이제는 회로를 설계하는 이론도 확립되었고, 매일 회로와 반도체를 엄청나게 찍어서 팔아먹고 휴대폰 같은 기구들부터 시작해서 수백종의 장비들을 집에 가득채워 놓고 사니까. 생명공학도 그렇게 될꺼라고.
기상학도 과거에는 비, 바람을 예측만 했지만, 지금은 인공강우 실험까지 했잖아. 온난화 방지를 위해 구름 위에 천막을 씌우자는 주장부터, 소 트림을 막자, CO2 배출을 줄이자, 지붕을 하얗게 만들어서 지구의 알베도를 높히자는 등 수많은 주장들이 나오고 있고.
(신체의 연장(extention)이 기계라는 이야기도 이미 수업시간에 들었고.)

그렇다면 생명공학의 꿈의 실현가능성 여부나 기술적 한계에 관한 것은 제껴두고.
과연 그것이 가능하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는 어떤 principle들을 세워서 그 생명체가 디자인하고, 어떤 criteria를 이용해서 그 생명체의 효율성, 생존성, 심미성 등을 평가해야 할까?

과연 어떤 지형에서는 다리가 몇 개인 것이 편하고, 서로간의 의사소통은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중에 어떤 것으로 하는 것이 좋고, 지금까지 없는 방식을 시도하는 건 어떤 것이 있을 까 하는 거지. 지들끼리 무선 통신도 하고, 인터넷도 구성하고 하면 재미있지 않겠냐는 거.

사실은 인간은 이미 진화의 벽을 넘어서버린게 아닌가 싶기는 해. 생명공학적으로 인간이 유전적으로 라디오를 내장하고 태어나게 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그냥 태어나는 모든 인간에게 라디오와 휴대폰을 주면 되잖아. (공짜로 안 줘도 자본주의의 훌륭한 마케팅 덕분에 다들 사고 있기도 하고.)
개별 인간의 지능을 높히기는 쉽지가 않지만 두명이서 같이 머리 싸매고 연구하면 되고, 때로는 1,000명, 만명이 함께 작업해서 건설도 하고, 위키피디아도 수만명이 참여한 것 같고, 구글 같은 경우는 구글 직원은 몇 명 안되도 구글이 검색해 주는 컨텐츠는 인류의 거의 모든 지식을 합친 것 만큼 많잖아.

이렇게 얘기해버리니 갑자기 생명공학이 재미없어져버린 것 같네.
뭐 일단 전자공학과 정보과학의 발전은 버리기로 하고.
어떻게 하면 그냥 생명공학의 수준에서 개선점이 있을 까?

지난번에도 내가 글을 한 번 썼던 것 같은 데, 인간이 식도, 기도, 후두가 모두 throat(목)에 몰려있어서 굉장히 불편한 점이 많다고.
의학은 그런 많은 불편한 점을 알고 그것들을 해결하려는 노력들을 많이 하지.
뭘 먹다가 기도가 막혔을 때, heimlich manuver도 하고, 어떤 이유에서든 tracheostomy(목에 구멍뚫어서 빨래 꼽는 거)를 해서 살려낼 때도 있고.

그럼 말이지 식도, 기도, 후두를 모두 다른 곳에 두면 어떨까?
음식물이 실수로 기도로 넘어가는 일도 없고, 치아는 식도 위에서만 존재하면 되니까 치과 치료를 받으면서도 치과의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밥먹으면서 동시에 수다도 떨 수 있잖아.

식도랑 기도를 분리하는 것은 진화의 방향일 것 같기는 해. 이미 코와 입이 분리되어 있고 점점 아래쪽도 분리하려는 노력이 있어보이니까.
해부학 수업을 듣긴했지만 내 머릿속 3차원 구성력이 그렇게 좋지는 못하고, 이비인후과학이나 내과학, 응급의학 등을 조금 더 배우면 좋겠지만, 지금 학교에서 배울 기회는 조금 정해져 있지. 관심있으면 참고서적을 찾아볼만큼 배우고는 있지만. 며칠전 마취과 교수님께 CPR 수업시간에도 좀 더 배웠고.

후두랑 기도를 분리하는 것은 좀 더 비효율적일 것 같기도 해. 후두도 결국 공기를 이용하니까 후두, 기도 모두 기체(산소, 이산화탄소)의 흐름이 주 목적이고, 식도는 액체나 고체의 흐름이 목적이니까.

그리고 사실 코가 막히면 입으로 숨을 쉬어서 생존을 하는 게 alternative를 제공해서 중요한 건데, 코감기에 걸리거나 코골이 하다가 정말로 죽어버리는 사람이 늘어나기도 할테잖아. 물론 입으로 숨을 쉬는 건 수면무호흡증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증거이므로 다시 코로 숨을 쉴 수 있게 이비인후과적 처치나 수면클리닉에서 문제를 해결해주지만. 아니면 살을 빼든지.

발생학적으로도 큰 통로를 첨부터 2개 개설하려면 아마도 쉽지 않을 테고.

차라리 그냥 날개를 더 다는 걸 연구할까?
날개를 달면 어떤 장단점이 있지? 일단 날개를 달면 인간이 훨씬 더 무거워질 것 같애. 새처럼 다리가 퇴화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리고 좁은 주거공간에서 살기 힘들어 질테고, 날아다니기 위해 모든 다른 기관의 무게를 줄여야 한다면 기능의 희생을 가져와야 하기도 하고. 두뇌를 더 무겁게 하기도 어려워져서 바보가 될 수도 있고.

그리고 나는 의학의 한 분야를 전공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안쪽의 다른 것들도 더 생각해 볼 수 있지. 어떤 식으로 구조가 추가되었을 떄, 면역계나 림프노드는 어디에 추가해야 될지, blood circulation은 어떻게 해야 할지. 뭐 그런 디자인들 말이야. 지금도 관상동맥이 손상되면 다리에 있는 정맥을 떼어다쓰는 것을 시도하고 어떤 혈관이 막히면 새로운 통로를 계통하는 것처럼 새로운 기관(organ)이 추가되면 뭐 해줘야 할게 많겠지.

인간의 전체적인 턱, 얼굴 구조가 지금의 치아의 배열에 가장 최적화되어있는 게 사실이지만 치아와 턱을 모두 잃은 환자의 재건술(reconstruction)을 시도할 때는 반드시 지금의 모습과 똑같이 만들 필요는 없다는 거지. 물론 지금의 기술수준으로는 똑같이 만드는 것이 일단의 목표지만, 30~100년 뒤가 되고, 사람들의 미적 감각이 바뀌고, 기능에 대한 요구가 달라진다면 전혀 다른 형태의 저작기관(씹는 기관)을 설계할 수도 있지 않겠어? 맷돌이나 disk처럼 그냥 회전을 한다든지, 지금의 사이즈의 치아 대신 아주 작은 걸로 50개 만들든지, 죠스나 쥐, 뱀 등에서 아이디어와 유전자 기술을 빌릴 수도 있고.

생물학에서도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게 낼 수가 있는 것 같애. 하지만 그것의 실천은 도덕적, 윤리적 문제와 기술, 자본 등 모든 것들이 안되니까.
인간 세포를 1개만 더 복제 하려고 해도 어떤때는 황우석 사태같은 복잡한 문제를 불러오잖아. (황우석 사태가 단순히 기술의 문제 뿐이 아닌 양심과 윤리에 관한 복합적인 문제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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