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0일 수요일

교정학, 라텍스 장갑 그리고 동전

. 문제의 발단
오늘은 교정학(orthodontics) 실습이 있는 날.
0.7mm stainless steal 교정용 와이어를 접어야 했다.
첫번째 팁은 영스플라이어(와이어 접는 벤치)로 와이어를 잡고, 손가락으로 직접 철사를 구부려야 한다는 것. (반대로 손가락으로 철사를 잡고, 플라이어로 와이어를 접으려고 하면 안된단다.)
근데 이거 손가락 끝이 너무 아프다. 1mm 정도 밖에 안되는 작은 loop들을 wire로 접는 게 쉬운일이 아니더라고. 더구나 우리가 최종적으로 wire를 이용해서 완성해야 될 것은 clasp라는 것인데, 이 3차원 clasp가 2~3개 모인 후 레진으로 바닥판 같은 걸 만들고 spring 등을 달면 치아 교정 장치가 완성된다.
clasp를 치아와 입안 구조물들을 죽 따라서 주행(run)하고 지지(retention)하게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네.
초등학교 때 찰흙으로 사람만들기 전에 철사로 뼈대를 만드는 것보다도 난이도가 훨씬 높았다.
한 번 잘못 접으면 철사가 휘어버려서 다시 되돌릴 수도 없다.

어떻게 하면 손가락 끝이 아프지 않고, 과감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교정용 와이어를 접을 수 있을 까?

. 첫번째 해결책 - 골무

어떻게든 골무를 끼면 좋지 않을까? 선배들이 이미 시도해본 것 같다.
바느질용으로 어디 없나? 고무라든지, 뭐 쇠로 된거라도?
우리 집에 없다.

. 두번째 해결책 - 라텍스 장갑

장갑은 골무의 확장판이니까. 내일 학교 가서 시도해 봐야겠다.

. 세번째 해결책 - 동전을 깐 라텍스 장갑

왠지 라텍스 장갑도 손끝이 아프고 구멍이 뚫려버릴 것 같다.
그렇다면 장갑을 끼고 손 끝에 동전을 넣으면 어떨까?

역시나 내일 시도해 볼 일.

. 동전을 넣었을 때의 장점
손끝이 딱딱하고 면적이 넓어서 더 이상 아프지 않다.

. 단점
면적이 너무 넓다. 0.1~1mm 이내의 오차범위보다 너무 커서, 내가 접으려는 구조물의 다른 부분을 건드릴 수 있다.
동전이 손가락 끝에서 좀 움직인다.

. 해결책
동전 대신 체인메일(체인갑옷) 같은 구조를 만든다.

. 장갑 속 동전의 또 다른 용도
1. 손가락으로 탭 댄스를 출 수 있다.
2. 그대로 손에 낀 채로 컴퓨터 키보드를 치면 '자판을 외우지 못한 컴맹'의 타법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3. 장갑을 벗을 때 손가락 끝이 무겁고 rigid하므로 장갑을 뒤집지 않고도 벗을 수 있다.

. 장갑 손 끝을 보강해야 하는 또 다른 문제
경험적으로 외과 의사가 시술시 손가락 끝이 가장 잘 뚫리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렇다면 기왕이면 손가락 끝만 더 두툼하게 만들거나, 거기만 두 겹으로 하면 어떨까?

. 치의학도가 골무를 만들 수 있는 또 다른 방법
1. 알지네이트를 손가락에 발라서 말린다.
2. 설파이드 고무인상재를 손가락에 발라서 말린다.
3. 손가락을 인상 뜨고, 석고를 붓고, 다시 마우스피스에 사용하는 소재로 골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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