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30일 토요일

교정 와이어(orthodontic wire) 접기

지난 주부터 교정 와이어를 접고 있다.
한 17년 쯤에 전에 본 내 동생의 교정장치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면
분홍색 판이 구불구불 되어 있고 거기에 철사로 된 난간들이 간간히 붙어있더라고. 지난 임상실습 시간 동안 본 교정기도 아직 하나 밖에 없었고. 물론 다음 주에 교정과 임상실습가면 더 많이 보겠지만.

그 철사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 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 데, 여러가지 의학적 법칙들을 이용해서 잘 배열하고 뛰어난 손재주로 접어야 되더라고.
물론 레고나 더 난이도 높은 것도 쉽게 제작할 수 있는 CAD나 와이어 bending sysem이 있다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접어줄 것 같기도 하지만, 일단은 학생이고 이건 기술의 존재여부는 아직 모르니 손으로 열심히 접었다.

내가 가상 환자의 인상(impression)을 보고 접은 와이어가 과연 이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일단은 내가 치료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니고(치료 계획이 무엇인지도 아직 배우지 않았고), 정확하게 접었는 지도 알 수 없고, 그냥 체험 삶의 현장처럼 비슷하게 따라 해본 것이니까.

아무튼 잘 접었을 까 하는 걱정을 하면서 접으면 아무리 잘 따라해도 잠을 잘 수가 없고(잘 접고 있는 지 30초마다 선생님께 찾아가서 물어볼 순 없으니까.), 오늘도 스스로의 장난감을 하나 만드는 어린이의 마음으로 따라하면 재미가 있다.

알고보면 철사 4개를 구부리는 건데, 3개는 치아의 Arch들과 입천장(palate)의 contour를 잘 맞춰서 fitting시키면 되고, 1개는 스프링인데 꼭 테옆인형이나 시계, hinge가 있는 장난감에 들어갈 것만 같은 모양이다.

인상에 걸린 철사를 비엔날레 같은 미술 전시회에 걸어두면 기괴한 신체모형과 메탈릭한 차가움과 냉정함을 주는 난해한 작품이 될 것 같고, 장난감이라고 생각하면 나름 오밀조밀 귀엽다고 할 수 있다.
Curve의 최소 반경이 0.5mm 밖에 안되기 때문에 귀엽다고 할 수 있다. 치의학에서 쓰이는 구조물들은 크기와 디테일이 그런식이라서 앉아서 뭔가하면 목, 어깨 빠지게 아픈데, 소인국에서 일하는 거인국 사람이 된 기분이다. 대략 사무직보다 1:10, 건설현장 노동자보다 1:100의 스케일로 작업하는 게 아닌가 싶다. 건설에 쓰이는 최대 도구의 사이즈와 비교하면 1:1,000 ~ 1:10,000까지 차이날지도 모르겠다. 입안에서 벌어지는 토목공사구만. Bridge도 놓고, cantilever도 쓰고.

그리고 잘 만들었건, 못 만들었건 9mm ~ 30 mm 이하의 piece들을 보면 옆에서 지켜보는 누나들은 그냥 귀엽다고 표현을 해준다. (왜 못했냐고 갈궈봤자 서로 마음만 상한다는 거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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