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30일 토요일

신선함(freshness)

사람들은 신선한 것을 좋아한다.
상쾌한 기분을 느끼기 위해 샤워도 하고, 민트 껌도 씹지.

그렇다고 소가 죽기도 전에 달려들어서 뜯어먹을 수도 없고 (여전히 사슴의 경동맥에 빨래를 찔러 빨아먹는 사람도 있다지만), 식물이 아직 뿌리도 뽑히지 않았는 데 씹어먹을 수는 없다. 물론 거미들이나 사마귀는 살아있는 것들을 그대로 잡아먹고, 인간도 과거에는 그랬겠지만, 문명이 발달하고 유목민족의 습성을 버리고 수렵에서 농경으로 넘어오고, 저장 기술이 발달하고, 유통 기술이 발달해진 뒤로는 그런 일이 급격히 줄었다.

그렇다고 한국 사람이랑 미국 사람들이 요구하는 신선도의 수준이 같을까?
요구하는 신선도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한국인들은 저장식품에 익숙하고 특히나 야채의 경우 주로 배추나 무를 김치로 담가 섭취하기 때문에 김치, 무의 발효에 대한 최적 조건은 중시하지만, 단순히 그대로 보관되기를 원하는 요구는 미국인들이 더 강하다.

미국인들은 밭에서 막 캐낸 야채를 원하는 욕구가 더 강하고, 한국인들은 그런 욕구도 있지만, 숙성이 잘되기를 바라는 욕구도 있다는 거지.
물론 유럽인들도 좋은 와인 숙성고를 가지기를 원하지만 모든 유럽인이 와인 숙성시설을 가지지 못하고 일반 냉장고만 가진 것에 비해, 모든 한국인은 김치를 냉장고에서 숙성시키고 있지. 물론 과거에는 더 좋은 숙성시설이라고 생각했던 장독을 모든 가정의 뜰에 묻었지만.

그런 need의 차이를 잘 분석해야 우리가 디자인을 잘하고, 마케팅을 잘해서 소비자도 행복하고 생산자도 행복하겠지.

신선함이 단어로도 같고 미국인과 한국인에게 의미로도 거의 같을 지 몰라도 이런 구체적인 상황에서 그 밀도와 양이 달라지잖아.
그래서 한국기업들은 김치냉장고를 만들어 팔고, 유럽인들은 또 다른 뭔가를 팔겠지.
그런 요구가 문화마다 다 다들꺼라고.
베트남 사람은 자신들만의 요리를 위한 그들의 양념에 어울리는 새우 냉장고를 원할지도 모르고 안식일을 잘 지키는 중동의 어느 유태인 집단에는 또 뭔가가 있을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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