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18일 월요일

마취실습

시험공부 때도 열심히 안해서 사실 국소마취 점수도 엉망인데, 그 때도 안 외웠던 내용들이 한 번에 다 정리되버리는 것 같다. 역시 실습을 해야 된다.
실수로 잘못놔서 동기를 다치게 할 수는 없으니까.
지루하게 2시간을 기다린 끝에 결국 내 마취실습 차례도 돌아왔다.
교수님과 조교님께서 한 사람씩 끈질기게 차근차근 모든 단계를 설명해주시면서 시술을 하는 거라서 느릴 수 밖에 없었다. 바보는 다 버리는 공대랑은 확실히 다르니까.

결국 시술 때도 너무 망설여서 주사를 한 방 더 놓기는 했다. 그리고 바늘을 빼다가 잇몸을 긁어서 피도 좀 더 보고;;
내가 주사 맞을 때는 파트너가 잘 해줘서 아주 쉽게 금방 끝났는 데, 내가 해보니 그렇게 쉽지 않네.

마취주사를 맞을 때 중간에 뚝 소리가 1~2번 나서 혹시나 바늘이 부러진 건 아닌가 걱정도 했지만 많은 사람이 시술할 때 같은 소리를 들은 걸로 봐서 괜찮은 것 같다.

아무튼 주사맞은 지 2시간도 지났는 데 마취가 안 풀린다.
마취가 잘되는 편에 속하는 사람인 것 같다.
주사를 막 놓는 순간부터 시작해서 점점 마취부위가 넓어지더니 왼쪽 볼, 혀, 턱, 치아까지 모두 느낌이 없다.
혀를 어떻게 놀리는 지, 어떻게 교합이 되는 지도 모르겠고.
사실 치아에 대한 느낌이 없으면 꼭 식편압입이 된 기분도 들고, 누구에게 맞은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내 신체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무겁고 눌린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뭔가 결찰해서 혈액과 신경을 막아버린 기분도 들고.
촉각은 그래도 있는 것 같은 데, 통각만 없단 말이지.

그리고 발음이 새면서 상당히 바보가 됐다는 기분도 든다.
연하(삼키기)도 잘 안되서 주소를 마셔도 어색하고, 매운 소스의 떡볶이나 열라면 같은 걸 먹고도 맵지가 않다. 매운건 통각의 역할이 강하다는 게 쉽게 증명되는 구나.

교수 충원률이 2배로 높아서 100%를 채울 수 있었다면 이런 실습시간도 훨씬 빨리 끝날텐데, 거의 3~4시간이나 걸린 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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