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28일 목요일

깨어나기

어제는 한밤 중에 깨서 깜짝 놀랐다.
주변이 모두 어두운데, 내가 무슨 숲속 정원의 푹 파인 벽 뒤에서
자다가 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베르사유 궁전의 어느 분수 뒷편, 관리자가 발견하지 못할만한 곳 쯤.


여름이라 더워서 아무 것도 안 덮고 있었으니까.
계속 기어오르려고 했는 데, 다리에 힘이 풀려서 쉽지 않았다.
주변에 들리는 소리도 하나도 없었다.
거기에다가 안경조차 쓰고 있지 않았다.
안경을 찾으려고 사방을 더듬거렸다.
아무리 더듬어도 찾을 수 없었다.


해가 뜰 때까지 기다려야할지, 여기가 어느 나라인지, 어디인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야경을 보다가 피곤해서 쉬려고 구석으로 기어 들어간 것일까?
잘못 굴러떨어져서 기절해 있었던 것일까?


10분 쯤 후, 여기가 한국 서울 삼성동이라는 걸 깨달았다.
안경은 저 멀리 벗어두고 있었고
옆의 벽들은 가구들과 방의 벽들, 저 위에 뚫린 곳이 창문이었다.
잔디밭이나 숲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한 쪽에 치워둔 이불.
이불이 미끄럽고 전후좌우, 위아래를 구별하지 못해서
이상한 방향으로 기어오르려고 했던 것이다.
여름이라 더워서 아무것도 안 덮고 있는 것도 당연했다.
 
다행히 더듬거리고 "살려주세요.", "이런 젠장", "Help me"라고 소리쳤던 건,
꿈속에서 였는 지, 룸메가 깨지는 않았다.
쪽팔려서 얼른 다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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