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14일 일요일

영어와 대학생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른 학교 사람들과도 만나면서 느낀건데, 사람들이 좋은 대학 나온 사람의 말은 너무 철썩 같이 믿어버려서 토론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너무 믿어버린 나머지 가정적인 진술도 단정적, 결정적으로 받아들여버리는 것 같다.

남들을 설득하기 편한게 사실이지만 그들은 내게 설득당했다기보다는 내 학력의 가짜 권위에 복종하거나 포기해버렸다는 생각이든다. 어떤 사람들은 내 앞에서 너무 주눅 들어버리곤 한다.

그리고 나는 단지 가정적으로 논의를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인데, 그것을 결론으로 믿어버리고 항복해버리면서 내 의견을 그대로 인정해버리고 결국에 그것이 다른 결과로 나타나면 나를 비난하기도 한다.

이런 한국적 상황은 너무 싫다.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를 하면 적어도 이런 것들은 겪지 않아도 되서 좋다.
일단 그들은 내가 어떤 학교를 졸업했건 그 학교가 어디있는 지, 어떤 학생들이 다니는 지 알지도 못하고 자신이 더 좋은 곳을 나왔건,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건 내 앞에서 주눅들지 않는다.
그리고 영어로 말하게 되면 내 자신은 매우 어수룩하고 말을 더듬거리는 사람이 되기 때문에 그들은 내게 주눅들지 않고, 내 자신도 겸손해진다.
내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라는 핑계로 언어적 격식도 덜 차려도 되기 때문에 남을 배려하느라 직설적으로 말하지 못하거나 적절한 예절을 찾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나와 토론하는 화자도 나의 언어 실력이나 예의범절, 명분, 화법을 문제 삼지 않는다.
한국의 상황에 대해 중립적이므로 일본, 중국, 미국 등 한국과 직접적 이해 당사관계가 첨예한 민감한 사항도 거침없이 이야기 할 수 있다. 그 나라들을 칭찬하는 어조가 되건, 비난하는 어조가 되건, 그냥 분석만 하건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다.

언어구사의 비능숙성보다 입장에 따른 표현 제약의 해방이 더 크기 때문에, 한국어 토론보다 영어 토론이 더 재미있어질 때가 있다.

영어 사용화자를 많이 만나서 소재가 익숙해지고 그들의 나의 능력과 학력에 집착해서 주눅이들거나, 무시해 버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 전까지는 영어 토론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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