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15일 월요일

그로테스크(grotesque)

정의 : 괴기한 것, 극도로 부자연한 것, 흉측하고 우스꽝스러운 것 등을 형용하는 말.

이런 것들이 참 싫었던 때가 있었다. 주로 초등학교 때였던 것 같다.
지금도 사실 싫긴 하지만 자주보다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고 나이가 들면 무뎌지기도 하니까.
주로 그것들은 미술책이나 생물책의 그림들이었다.
교육 이전의 개인적인 첫 느낌이라서 교육을 받은 후와는 전혀 달랐다.

. 모네
인상파 화가 모네의 그림을 처음 미술책에서 봤을 때, 나는 내가 받은 교과서가 인쇄상태가 불량해서 인쇄가 겹쳐서 된 건 줄 알았다. 뭔가 뿌연게 안개속 같아서 맘에 안들었다.

. 피카소
여인의 모습이라는 데, 눈과 눈썹도 맘대로 붙어있고 얼굴도 끔찍하게 오려 붙여져 있었다. 냉동건조된 사람을 레이저빔으로 절단해서 모자이크로 재조합한 정말 무서운 모습이었다.

. 이집트 상형문자와 그림들
1달러짜리 지폐에 그려진 피라미드와 눈모양. 신체의 일부인 눈만 크게 그려져있는 게 하드코어라고 생각했다. 이집트 여인들의 짙은 눈화장도 이상했고, 전갈과 미이라의 저주도 공포감을 더했다.

. 모나리자
처음 모나리자를 봤을 때, 너무 노골적으로 정면을 쳐다보는 게 부담이 됐다.
정면을 쳐다보는 사진이나 그림들은 왠지 내가 그림을 보는 게 아니라 그림 속 인물이 나를 본다는 느낌이 든다. 고스트 버스터 같은 유령 영화를 보면 인물화들이 항상 눈을 굴리면서 스파이짓을 하곤 한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자화상
몸통은 없고 머리만 달랑 있는 게 유령같았다.

. 그리스 조각상들
부서지거나 의도적으로 생략해서 신체일부만 남아있다는 게 너무 끔찍했다.
마네킹을 볼때도 당연히 비슷한 느낌.

. 동양화 - 메기 그림
메기가 너무 잘 그려져서 마치 바다 괴물처럼 나를 잡아먹을 것 같았다.

. 데칼코마니
데칼코마니 기법으로 아무렇게 그려진 그림은 원래 심리학에서 테스트를 위해 쓰는 무늬인데, 무엇인지 정체가 결정되지 않은 것은 왠지모를 불안감을 주었다.

. 고스톱 그림들
왠지 모르게 괴기스럽다. 현실에 존재하는 식물, 동물, 인물, 배경과는 다르게 닭이 머리만 남아있질 않나. 풀이 빨간색 씨를 가지고 있다거나 하는 등

. 동물 해부도

. 지나치게 역동적이고 고해상도의 생물 사진들

@ 이런 것들때문에 미술, 생물 교과서는 별로 펴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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