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6일 수요일

e-learning

예전부터 CAI(Computer Aided Instruction)니 뭐니 해서
교육에 컴퓨터를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많았는 데,
하나같이 종이나 칠판, 과외선생보다 못해서 실패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4지선다형 문제만 풀어도 매우 짜증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TOEFL CBT 따위를 사람들이 얼마나 싫어하는 지를 보면 말이지.
객관식 문제만 풀어도 그런데, 주관식이나 뭔가 그림 몇 개 그리려면 개발에 들어가는 노력도 너무 크고 별로 효과도 없다.
피타고라스 정리 하나 설명하려고 쓸데없이 삼각형이 화면밖에서 날아오는 효과따위는 아무도 원하지 않으니까. (8비트짜리 삥삥거리는 효과음과 함께)

한 편, 요즘 broadband network 덕분에 인터넷으로 하는 streaming은 그에 비해 꽤 성공적인 것 같다.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 장점
1. 수강인원, 공간, 시간의 무제한성
유명한 강사의 수업을 언제든지 들을 수 있다.
강의인원이 찰까봐 미리가서 줄서지 않아도 되고 시내까지 안가도 된다.
껌을 씹건, 염색을 하건, 햄버거를 먹던 호통치는 선생님도 없다.

2. n배속 강의
쉬운 내용은 n배속으로 돌릴 수 있다.
1.5배속 쯤으로 듣는 것은 일도 아니고 심지어 4배속으로도 듣는 단다.

3. 잠시 멈추기
듣다가 모르겠다거나 판서가 너무 빠르다 싶으면 멈춰놓고 생각하거나 차분히 적을 수 있다.
머리 큰 앞사람을 피해 이리저리 곡예를 하지 않아도 된다.

4. 다시듣기
아무리 친절한 선생님도 2번 이상 물어보면 짜증내기 마련인데,
원하는 부분만 몇 번이든 다시 들을 수 있다.
(다시 들을 때는 대부분 더 빠른 배속으로 듣는 다.)

5. 볼륨조절
선생님 목소리의 크기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목소리가 작은 선생님은 학습에 매우 큰 장애를 주었다.
선생님의 소리를 못 알아듣는 학생의 탓이었으니까.
듣고 싶은 크기만큼 소리도 키울 수 있다.

6. 교과 과정의 무제한성
학습능력이 뛰어나면 몇년이든 과목별로 월반할 수도 있다.
1년 만에 6년치도 들을 수 있고 12년치도 들을 수 있다.
예체능 교과는 실습이 필요하니 좀 힘들겠지
이 나라 교육은 원래 주입식이었다. 이미 인터넷에 딱맞는 환경이다.

7. 질문
혹자는 실시간 강의가 아니니까 질문이 불가능한 일방적 소통이라고 하는 데, 사실 주입식교육에서 질문은 별 의미가 없다.
질문를 하기보다는 한 번 더 듣는 편이 나으니까.
최고의 강사에게 인터넷 게시판으로 질문하는 것보다 학교 선생님이 낫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다.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쓰면 강사들은 더 성실하게 답변하기 마련이다.
수많은 고객들이 지켜보고 있으니까.
그리고 대개 질문이란건 누구나 비슷하기 마련인데, 1년만 강의해도 필요한 질문들은 다 올라오고 답변도 다 달린다. 그 뒤로부터는 검색하기만 하면 된다.

오히려 학교나 학원이 질문 하기는 더 껄끄럽다.
한국사회에서 2개 이상 질문하면 친구들에게 매장당하는 수가 있다.
그리고 선생님도 이렇게 대답하시기 마련이지.
"책에 있으니 집에가서 자세히 읽어보렴."
"좀 더 생각해봐."
"수업을 제대로 안 들었구나?"
"너무 앞서가지 마."
"내가 몇 번 말했니?"
"그거 시험에 안 나와."
"쓸데없는 거 묻지마. 생각할 가치도 없어."

유명강사의 경우 꽤 돈 많이 벌고 있다고 한다.
수강료의 23%쯤을 배당받는 데, 연봉 수억까지도 있다고 한다.
곧 많은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을 듯 싶다. (부익부 빈익빈)
신자유주의와 정보화가 가져오는 축복과 재앙은 교육분야에서도 이미 시작된 것이다.

솔직히 왠만한 학교선생님들보다 낫지 않은 가?
수업은 인터넷 강의에 맞기고 학교선생님들은 학사관리나 인성교육, 질문/답변, 상담 같은 역할에 집중하는 게 나을 것 같다.


. 문제점
1. 학습의 강제성
사람들이 학교와 학원에 가는 이유는 강제성이 큰 몫을 차지한다.
그들의 감시와 처벌, 체벌, 출석체크는 이제 어쩌지?

2. 불법복제
EBS 같이 공짜인 곳은 상관없지만 유료업체는 불법복제로 망해버릴 수도 있다.

3. 거부감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이게 상당히 거부감이 있겠지만 젊은 세대들은 오히려 익숙하다. 내 세대(20대 초, 중반)가 경계인 것 같은 데, 50% 쯤은 인강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야 뭐, 직업이기도 했고 TV보다 인터넷 동영상을 더 많이 보니까 상관없지만.)

4. 숙제검사 및 채점
숙제검사와 채점은 아직도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5. 사적대화의 소멸
실강과 인강(동강)을 동시에 찍는 경우에 중간에 수업을 끊고 질문하기가 좀 힘들다. (카메라 돌아가고 있으니까.)

6. 강사의 부담
강사가 더 부담을 많이 가진다.
잘못 설명했다거나 막혔을 때 편집을 해야 하거나 때로는 돌이킬 수 없다.
(이미 업로드되서 많은 사람들이 봐버렸다면.)
복장을 더 단정히 해야하고 화를 낼 수도 없고 감정을 더 자제하게 된다.
chapter가 바뀌는 것과 시간을 자르는 것을 더 신경써야 한다.

7. 보수적인 강의가 된다.
예를 들어 인문/사회 강의의 경우 검열을 당할 우려가 커지므로 학문적으로 중요하지만 정치적으로 이슈가 되는 예민한 문제를 학생들에게 솔직하게 알려주기 어렵다.
(소송을 당하거나, 보복을 당하거나, 심지어 구속될 수도 있다. 매우 불리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현재를 반영하는 이슈를 언급하기 힘들다. 진행형 이슈의 경우 매일 새로운 사실이 추가되므로 동강처럼 며칠 뒤, 몇달 뒤에도 서비스해야하는 경우에 언급하기 힘들다.
동강 시청자의 입장에서 이미 한물가버렸고 강사의 설명과는 다르게 사건이 흘러 갔을 수 있으므로.

. 활용
1. 같은 과목을 여러명의 강사에게 듣는 다.
때로는 훌륭한 스승 하나보다는 훌륭한 스승 둘이 나을 때가 있다.
사람마다 강의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장점, 단점이 있기 마련이고
같은 개념도 다른 식으로 전달하면 이해가 더 잘되기 마련이다.
한 사람이 한 말을 못 알아들었을 때, 그에게 질문을 다시 해도 그 사람은 대답의 패턴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설명의 방식이 동일해서 계속 못 알아들을 수 있다. 반면 다른 사람의 강의를 들으면 매우 쉽게 그 의문이 풀릴 때도 많다.

강사마다 선호하는 풀이법이나 학설, 용어가 다르기도 하다.
심지어 물리, 화학 같은 자연과학에서도 그렇다. 수학도 각자 선호하는 풀이법이 있어서 다른 풀이법으로 푸는 사람은 좀처럼 없다.

한 사람의 강의를 4번 듣는 것보다는 두 사람의 강의를 2번씩 듣는 게 낫다.

2. 공교육
공교육도 이제는 학급수 논란이나 교사충원의 문제에서 좀 벗어나서 이런 것들에 좀 더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앞으로는 지금처럼 많은 강의교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거지.)
70%의 학생들은 동영상 강의 듣게하고 고 잘못 따라오는 나머지 30%에 더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버클리나 MIT 같은 대학이나 뉴욕의 어떤 의대(아는 후배가 다니고 있다.)는 대부분의 강의를 인터넷으로 다시 들을 수 있다는 데, 우리 공교육은 언제쯤 그렇게 될까?

3. PMP
덕분에 PMP도 많이 팔리고 잇다고 한다. PMP의 단점이라고 한다면 가끔 인터넷 강의 중에 글씨를 너무 작게 쓰는 강의의 경우 PMP의 작은 화면으로는 안 보인다고 하는 데, 점점 나아지겠지.
PMP 해상도와 스크린 크기의 표준화와 코덱의 개발, 강사들의 최적화된 판서 등..

. 유명한 곳
EBS : http://www.ebs.co.kr/
Megastudy : http://www.megastudy.net
강남구청 인터넷수능방송 : http://edu.ingan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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