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밖에 안다녀온 군대지만 문화체험과 군대용어를 배워서
일상생활에서 잘 써먹고 있다.
(어딘가 비유할 때 그만큼 좋은 지상지옥이 없으니까.)
부모님이 내 방(기숙사 방이든 자취방이든)에 오시는 날은 정말로 점호와 비슷하다.
뭐 오신다고 내가 치약으로 방바닥을 닦지는 않지만 지적 사항은 비슷하다.
주방기구의 위치도 1달 전 부모님이 오실때 처럼 원상복귀되고
(가신다음에 내가 편한위치로 다시 바꾼다.)
모든 창문을 3시간동안 열고 이불과 책상이 전부 한 번 뒤집어져야 한다.
온기가 남아있는 포근한 집에서 순식간에 차가운 수용소로 변한다.
머리, 복장, 빨래상태, 위생상태 등에 관한 지적을 듣고
휴지통과 컴퓨터 케이블의 위치가 수정된다.
나는 보통 물건들이 손에 닿는 아주 가까운 위치에 두는 편인데,
군대에서 각이 잘 잡힌 위치처럼 되게 수정된다.
엇그제 빨고 한 번도 다시 입지 않은 옷들도 다시 세탁기로 들어간다.
(같은 세탁기인데, 누가 돌리든 옷이 더 깨끗해 질리가 없잖아.)
사실은 이런 이유들 때문에 미국에 가고 싶기도 하다.
가능하다면 화성이나 엔터프라이즈를 타고 우주의 다른 사분면(quadrant) - 혹은 팔분면(octadrant)으로 가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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