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25일 월요일

물질 속의 나

'나'라는 존재는 매우 물질적이다.
(물질주의자라는 뜻이 아니고 물질로 구성된 질량을 가진 존재라는 뜻)
대략 60Kg 근처로 나가고 손가락, 발가락도 적당히 두툼하게 뻗어있다.

하지만 '나'를 자각하는 존재감은 비물질적이고 추상적이다.
(닭보다 고등한 동물들에게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 물질복사기와 순간이동
만약 이런 상황이 있다면 어떨까?
어떤 물리학자가 물질을 복사하는 기계를 만들었다.
Cell A에 물질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Cell B에 같은 물질이 만들어 진다.
에너지와 재료가 많이 들기는 하지만 아무튼 가능하고 순식간이다.
복사 직후에 두 물질의 상태(운동상태 등..)는 완전히 동일하다.
고양이를 넣으면 완전히 똑같은 고양이가 2명이 나온다.
심지어 사람을 넣으면 지문, 생각도 똑같은 2명의 사람이 나온다.
그 둘 중에 누가 진짜인지 전혀 구분할 수조차 없다.
심지어 그 둘 모두가 자신을 진짜라고 생각한다.
단지 그 중 한 명은 자신이 눈깜짝 할 사이에 다른 cell로 옮겨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 둘이 서로 티격태격하거나 협력하면서 살아가는 시나리오도 있겠지만 생각을 다른쪽으로 해보자.
만약에 그 물리학자가 이번에는 그 기계를 응용해서 순간이동 장치를 만든다고 치자.

그러니까 Cell A는 지구에 있고 Cell B는 화성 쯤에 둔다고 치고 버튼을 누르면 Cell A의 물질을 Cell B로 copy하고 Cell A의 물질은 없애버린다.
Cell B에 합성(복사)된 인간은 자신의 원본이 죽었다는 것을 모른다.
그 과정을 지켜본 모든 사람도 그것이 복사였는 지, 순간이동이었는 지 구분할 방법은 없다.
그럼 물리학자는 순간이동 장치를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도 될까?

물질의 입장에서 본 나는 느끼지도 못하는 순간에 죽어버리는 것이지만
관계의 입장에서 본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있게 된다.
심지어 복사된 나도 내가 그냥 순간이동된 것이라고 느낄 것이고
나의 모든 친구들과 가족들도 나를 동일하게 볼 테니까.
마치 영화 '6번째 날'과 같은 상황.

그것을 만든 물리학자 자신만이 그 비밀을 아는 데, 그 물리학자는 주저없이 그 기계속에 들어갈 수 있을 까?

. 뇌
우리는 팔과 다리가 잘리면 매우 슬프지만 기술이 발달해서 그것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치자.
마치 안경을 새로 사듯, 옷을 새로 사듯 팔, 다리를 다 바꿀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바꿀 때, 종교적, 문화적 이유로 싫어할 수는 있지만
기술이 매우 발달하여 전혀 거부감이나 부작용이 없다고 치자.
마치 그냥 운동을 열심히 해서 팔 힘이 세진 것처럼만 느낀다고 하자.

영화 공각기동대에서는 그런 상황이 나온다.

팔다리는 그렇다고 치고, 만약에 뇌가 그렇다면?
전자두뇌가 내 뇌의 생각을 완벽하게 복사해서 담을 수 있다고 치면
나는 내 뇌를 전자두뇌에 복사해서 불멸을 누릴수 있다면 그것은 과연 나일까?

다른 물질(팔, 다리, 심장 등..)은 모두 자아와는 관련이 적지만 만약에 나의 정신(영혼이라고도 생각되는)을 담는 뇌를 바꾼다면?
외부에서 보는 나는 완전히 동일하지만 뇌를 교체당한 나는 과연 나인가?

나를 정의하는 궁극적인 물질은 두뇌일까?
(두뇌라는 물질이 자아감을 일으키니까.)

댓글 1개:

  1. 형이상학에 이런 논쟁이 벌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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