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오 or 실망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민을 생각할 때는 자기가 사는 사회에서 실패했거나
증오감을 가지거나 실망감을 가질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사실 실망을 매우 많이 했다.
하지만 내가 어떤 대상에 대해 실망을 한다는 것은 그것이 나와 정말로 밀접한 관련이 있고 희망을 걸고 있었기 때문이다.
증오나 실망은 사실판단이 아니라 가치판단인 셈인데, 사실판단으로 봤을 때, 한국은 꽤 괜찮은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여러가지 매체의 발달로 내 기대치가 더 높은 것이지.
또한 내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얼굴색과 졸업한 학교, 유전자를 바꿀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나 혹은 이 국가가 어떤 나쁜 짓을 저질러서 여기를 빠져나가야하고 다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그런 저주받은 일을 한 것이 아니니까.
내가 가고 싶은 학교에 진학하고, 살고 싶은 동네로 이사를 가고, 입고 싶은 옷을 입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처럼 단지 선택의 문제이다.
전기는 잘 안들어오지만 산꼭대기의 공기가 좋은 곳에서 살고 싶은 사람도 있고
비린내는 좀 나도 탁트인 바닷가에서 살고 싶은 사람도 있다.
한국이 좋은 점도 있고 싫은 점도 있지만 전체적인/총제적인 분노나 증오가 있어서는 아니다. 그냥 한국인들이 원래 감정적이라서 자기들의 국가를 가끔은 욕도하고 칭찬도하는 뭐 그런것일 뿐이다.
. 가치관
사실 미국이든 서구 어느사회든 각각의 장단점이 다 있다.
단점만 말하자면 유럽은 지루하고 느리고 따분하고, 미국은 버릇없고 공격적이고 지저분하다. (총도 많이 가지고 있고, 소리도 고래고래 지르고, 길거리 청소도 안하고 등..)
서구사회, 동양사회 어디가 낫다고 절대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 한국사회는 동양적 사회를 서구적 시스템으로 운영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내 자신이 너무 갈팡질팡이라 어디에 서야할지 알 수가 없다.
내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는 곳에서 살았으면 한다.
. 넓은 사회
사실 미국에 가려는 이유는 내가 할 수 있는 언어인 영어 때문이기도 한데,
미국 인구가 3~4억 되지만 서구사회의 인구는 10억 쯤 된다.
미국에 가면 사실상 10억의 시장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 된다.
5,000만명을 가진 한국 사회는 너무 좁다.
주요도시도 서울 하나 밖에 없고 서열도 단일이다.
서구 사회도 서열이 있지만 단일한 서열이 아니고 경쟁적인 관계이다.
뉴욕, 런던, 파리 등..
학교만 해도 동부, 서부에 각자 10여 개 이상의 거대한 그룹이 있다.
자연환경, 인종, 사고관도 다양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도 쉽다.
인구가 20배이므로 나와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을 모으로 지식을 교류하기도 더 수월하다.
. 전문화
동양사회는 총체적 인간을 중시하기 때문에 미분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나이나 학력이라는 단일한 가치로 인간을 한 줄로 세운다.
나처럼 총체적이지 못하고 몇 분야에 편중된 인간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
또한 전문화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세상은 복잡하다.
한국사회는 증가하는 복잡성에 비해서 전문화가 너무 부족하다.
. 개인주의
나는 개인주의적인 게 좋다. 회식 때 모두 밤새 술을 마시고 남이 강제로 베풀어준 호의를 절대 거절해서는 안되는 사회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업무시간에는 일을 하고, 쉬는 시간에는 저 멀리 아무도 나를 간섭하지 않을 곳에 들어가 있고 싶다.
직장동료(상사, 후배)와 멘토와 친구를 구별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한다.
. 술
서양사람들도 술을 많이 마시지만 강요된 술 문화가 싫다.
영어단어 1,000개 외우는 것보다 더 싫다.
한국을 증오하지는 않지만 술에 절은 한국은 증오한다.
남이 100잔을 먹어도 좋지만 내게는 좀 안 먹이고 10시에는 집에 보내줬으면 좋겠다.
다음날 아침 내게 실망했다고 소리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 모험
내게 필요한 것은 모험이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더 큰 곳에서 카드를 한 번 다시 섞어봤으면 좋겠다.
. 대화 or 토론
나는 대화가 좋다. 술도 잘 안먹고 운동도 잘 안하고 사람도 잘 안 만나는 것 같지만 말하는 건 남들보다 좋아하는 수다쟁이다.
동양사람들은 술 잘 먹고, 운동 잘하고 사람 만나는 건 좋아하지만 수다쟁이를 싫어한다.
술 안 먹어도 수다떨 수 있는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 발전
한국도 발전해서 언젠가는 서구사회와 동등한 경제력과 가치관의 정립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게는 그렇게 많은 여유와 시간이 없다. 내 젊음과 수명이 그것들을 기다려 줄 만큼 길지 않다. 그만큼의 참을성과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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