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4살 때, 아마 1995년 쯤, 방학 때 집에 앉아서 케텔 같은 BBS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 때 어머니께서 같이 나가서 공을 찰 친구도 하나도 없고 학원에서 수학 공부만 하거나 집에서 컴퓨터만 하는 걸 참 걱정하셨지. (물론 입시 공부에 해당하는 수학을 잘 한다는 것은 대견스러운 일이었지만, 친구도 필요한거잖아.)
그 때는 말하자면 Online-Offline ratio가 90:10에 가깝다고 해야겠지. Online에서만 놀고 Offline의 삶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Online에 있을 시간이 급격히 줄었어. 기숙사 학교인데 입시 공부하라고 하루 종일 교실이나 자습실에 앉혀두고 감시를 했으니까.
음 그럼 ratio가 10:90이 되네. 그래도 일주일에 몇 시간은 컴퓨터 수업이 있었으니. 그리고 내가 입시에 빠져 있는 동안 인터넷 혁명이 일어나서 사람들이 다들 e-mail을 만들고, 카페에 가입하고, 채팅을 하고, 번개를 하고, 홈페이지도 만들었지.
대학에 가서는 KAIST 교내 BBS를 엄청나게 했어, 하지만 다시 90:10이 되지는 않았지. 왜냐하면 그 때부터는 사실 online과 offline의 gap을 줄여나가기 시작했어.
Offline에서 친한 사람들이 모두 online에서 친한 사람이 되었다고, 물론 몇몇 사람은 online에서 더 친했지만. (Offline에서만 친하고 online에서 안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군. 생물과의 일부 친구들을 빼면.. 그 친구들은 대부분 의대로 편입했고.)
그렇게 online과 offline의 gap이 줄어든 행복한 시절이었지.
회사에 취직해서도 옆 사람과도 MSN, e-mail을 사용해야했지. 단지 말로만 전달되고 물질을 주고 받는 일이 아니니까. 서로 프로그램을 같이 짜고, 프로젝트 일정을 공유하고, 문서를 주고 받고 그런것들.
어떤 것은 메신저가 더 편리했고, 어떤 내용은 메신저로 하다가 안되면 직접 사람들이 내 자리를 찾아와 내 등을 두드리고 그러면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했지.
채팅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일회적이었고 다시 보거나 오프라인에서 보는 일은 없었다고.
online과 offline ratio가 아마도 60:40이 아니었을까.
IT 회사니까 하루종일 컴퓨터만 했을 것 같지만, 세미나도 있고, 회의도 있고, 카페에서 잡담도 해야 하고 뭐 그런 시간들이 있으니.
회사를 나와서 학교에 복학하고 나서 online시간이 늘었지. 왜냐면 offline의 친구들이 대전에 더 이상 없었거든.
그러다가 다시 DEET 준비를 하면서 고등학생처럼 10:90이 되서 입시학원에서 공부만 했지.
치대에 들어가니 의외로 1학년 때 시간도 있고, 학교 자체는 online을 매우 싫어하고 치의학이라는 전공의 모든 시술과 대부분의 communication이 offline에서 일어났지만 모든 수업시간에 노트북을 쓸 수 있었어. 220V 전원이 들어오는 곳에 앉았거든.
그래서 다시 online-offline ratio가 50:50이 되는 균형을 이루었지.
online-offline ratio가 50:50이 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 균형 잡힌 삶이지. 컴퓨터를 잘 못하는 보수적인 분들(인터넷 중독을 막는 법을 만들어야 된다는 분들, 인터넷/미디어에 이런 저런 규제법안을 만드는 분들)은 10:90이 적당하다고 보시겠지만 내 생각에 우리의 미래는 50:50이거나 30:70이라고. (뭐 직업에 따라 좀 다르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online-offline gap이라는 거지.
online-offline ratio로 봤을 때, 나는 매우 균형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지금의 상황은 예전처럼 균형적이지 않아. 왜냐면 내가 offline에서 매일 보는 치대생들은 대부분 online을 안 쓰거든. 내가 online에서 친한 사람들은 대부분 서울에 살거나, IT 종사자(혹은 공학/과학자들)니까.
결국은 내 자아도 이분화될 수 밖에 없어. 이 Gap이 커질수록 내 가랑이는 찟어지고 다중인격이 될지도 모르는 거지.
나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이 사회도 online-offline ratio도 맞춰야 하지만, online-offline gap을 줄여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사실 해법은 시간 분배라기 보다는 online과 offline 세상을 모두 편리하게 만들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유하고 mirror image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는 거지.
정부와 민원인의 입장이라고 친다면, 어떤 일이든 online, offline 양쪽에서 동일하게 접수되고 처리될 수 있는 수준을 갖춰야 한다는 거지.
아, 참 좋은 글이군요. 공감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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