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8일 수요일

질문들

전산학 전공일때는 사람들이 내게 컴퓨터 고쳐달란 소리를 많이 했는 데,
어느 순간부터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프로그래머로 채워지면서 그런 소리는 거의 사라지게 됐다.

그리고 몇 년 뒤, 새로운 전공을 가지게 되었는 데, 사람들이 예전보다 내게 더 많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다행인 점은 친구들은 나를 임플란트 가격이 비싸다면서 몰아세우지는 않는 다는 것. 많은 택시 운전기사 아저씨들은 나를 몰아세우거든.

당연히 나는 아직 무면허지만 그 사람들은 내게 그냥 질문을 한다.
제대로된 치과의사가 되려면 지금부터 열심히 듣고 어떻게 내가 도움을 줘야할지 생각하는 것도 훈련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돈이 얼마 들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고, 치료기간을 묻기도 하고, 서울에서 제일 유명한 교정치과가 어딘지 묻기도 하는 데, 이런 것들은 내가 정말로 대답해 줄 수가 없다.

그 중에 제일 흥미로웠던 질문은 사실 위와 같은 기술적인 질문들이 아니었다.
아는 누나가 한 질문인데, 그 누나의 친구가 있는 데, 사각턱이라고 생각을 한단다. 그래서 치과에 가서 교정을 하고 싶은 것. 그런데 교정을 하면 2년이 걸린단다. 그녀의 나이는 29살.
그녀는 소개팅을 먼저 해서 시집을 간 다음에 교정을 해야 할까? 아니면 교정을 마치고 예뻐진 모습으로 남자를 꼬셔야 할까?
뭐라고 대답해줘야할지 모르겠더라고. 그런데 정말로 이런걸 물어볼 환자가 미래의 어느날 내가 치과의사가 됐을 때 매달 1~2명 쯤은 있지 않을까?
신문에서 고민 상담을 들어주는 Dear, Abby가 된 기분.

교정을 한 후에 예뻐지는 건 사실인데, 교정 중간 동안에는 와이어를 끼니까 교정하기 전보다 남자들이 더 싫어하지 않을까 고민하더라고. 29살이면 그래도 소개팅이 많이 들어오는 데, 31살이 되면 30살이 넘어서 소개팅이 안 들어올까봐.
설측교정도 치과에 문의해봤냐고 했더니, 가격이 비싸서 망설이더라고. 그리고 기술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설측교정과 협측교정 중에 어떤 것이 결과가 좋겠냐는 기술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내가 대답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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