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생일 케익을 먹어본게 수백번은 되는 것 같다.
특히 기숙사에서 사람들과 많이 모여살면서, 회사에서 최대 30명 쯤 되는 모든 팀원들의 생일을 챙기면서, 그리고 대학원에 와서 동기들이 70명이나 되니까.
12살때까지 내 생일에는 둘 중 한 종류의 케익 밖에 먹을 수가 없었다.
엄마는 항상 본인이 만드신 동그랗고 커다란 노란색 빵을 주셨고,
아버지는 항상 광주에서 제일 큰 제과점(궁전제과)에서 흰색 케잌을 사오셨거든.
개인적인 경험이 그랬지만, 다른 사람의 케익을 먹을 때도 거의 대부분 동그란 케익을 먹어야 했다.
왜 한국에서 만드는 케익은 거의 대부분 동그란 걸까? (원통형말이다.)
물론 제과점에서는 토끼모양, 곰돌이 모양, 직사각형으로도 만들지만
내가 아는 길거리의 제과점(파리바게트 등..)들은 동그란 걸 제일 많이 만들고 토끼 얼굴모양도 결국은 원형(round)에 약간 변화를 준것이다.
비슷한 모양이 생각해내기도 쉽고, 대량생산도 쉽고, 포장할때도 편리할 테니까.
반면에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생일 케잌은 직육면체 모양이 더 많다.
케잌 모양이야 어떤 것이든 맛있으면 그만이지만 흥미롭지 않은가?
한국인은 서양 문화인 케잌을 들여 왔으면서 왜 미국에서 주로 만드는 거랑 다른 모양을 택했지? 한국에서 가장 큰 제과점의 공장에 설비를 넣을 때 디자이너가 그렇게 설계를 해서?
뭐 산업공학적인 내용들은 그렇다고 치고.
이제 케잌을 잘라보자.
사람들은 원통형의 케잌을 자를때 첫번째 컷은 지름(장경)을 따라 정확히 반으로 자르는 경향이 있다. 첫번째 컷은 항상 생일의 주인공이 한다.
그리고 다음 컷은 이제 아무나 하면서 나눠먹는 데, 첫번째 컷이 그렇게 되면 그 다음컷도 반지름으로 자르는 일이 주로 반복된다.
따라서 부채꼴 모양의 조각들을 사람들이 나눠 먹는 꼴이 되는 거지.
그런데 사실 부채꼴 모양은 상당히 불안정한 면이 있다.
케잌의 두께가 지금 주로 팔리는 것보다 절반쯤 얇고 부채꼴의 각도를 아주 작게 한다면 한 입에 쏙 들어가는 좋은 모양일텐데, 보통은 그보다 크게 자르거든.
그래서 먹기가 힘들다. 그리고 잘 쓰러지고 바닥에 잘 떨어진다.
우리는 왜 이렇게 먹기 힘든 케잌을 사야만 하는 걸까?
미국에서 많이 먹는 얕지만 직사각형 넓은 케잌은 자른 후에도 직사각형이라 잘 안 쓰러질것 같단 말이지.
물론 그 직육면체 케잌은 운반하기가 힘들다. 높이에 비해 너무 넓어서 한 손으로 들기가 어렵다.
한국인들은 운반의 편리성을 택했고, 미국인들은 자른 후 먹을 때 편한걸 택한건가? 아니면 넓으니까 글씨를 많이 쓰기 편하게 한건가?
그것도 그렇고..
한국인들의 케잌 섭취 습관을 생각했을 때, 케잌을 포장할때 초만 나이갯수만큼 싸주지 말고, 일회용 접시도 3~4개쯤 주고, 젓가락도 4~8개씩 끼워서 팔면 어떨까? 생일은 혼자만의 행사가 아니니까 케잌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나눠먹는 데, 접시, 젓가락을 따로 챙기려면 무지 번거롭단 말이지.
왜 제과점들은 이런 고객의 불편함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까?
접시, 젓가락 세트를 2,000원쯤에 팔아도 될텐데, 패스트푸드점에서 세트메뉴를 고를때 항상 추천메뉴도 알려주고, 추가사항이 없는지도 물어보는 것처럼.
원으로 하면.. 사각형과 같은 지름에 적은 양을 더 크게 보이게 하는 효과??
답글삭제ㅋㅋ (직장을 바꾼 뒤로는 사람들이 케잌을 잘라 먹지 않고 수저로 떠 먹는 경향이 많아서 부채꼴의 불편감은 잠시 잊었었군요)
아, 케잌에 젓가락 끼워팔면 정말 좋겠군요.
@노란생선 - 2009/07/30 22:27
답글삭제그렇군요. 잘라 먹는 방법보다 나은 것 같네요.
동생이 수박을 잘라먹지 않고 수저로 떠먹는 것보고 참 편리하다고 생각했는 데.
물론 잘라 먹는 게 더 위생적이기는 하지만; 결국 다들 덤비면 마찬가지니.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