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10일 토요일

서울 종합대

갈수록 서울대생(연고대생들도)들이 부럽다는 생각이든다.
수능점수라든지, 취직시 평가반영정도 따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크게 3가지 점을 들 수 있다.

. 위치 : 서울
한국사회에서 서울이라는 곳은 절대적이다.
뉴스를 보고, 문학책을 읽고, 음악을 들어도 서울이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자면
"여의도 면적의 20배에 달하는 습지가 매년 사라지고 있습니다."
여의도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도대체 여의도가 얼마나 큰지, 어디있는 지,
왜 그것과 비교하는 지 알 수가 없다.

"신촌로터리에서 그녀를 만나기로 했다."

자우림의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다.
"신도림 역 안(앞?)에서 스트립쇼를~"
왜 하필 신도림일까? 거기에는 뭐가 있기에?
신도림은 환승역이라서 유동인구가 많다. 다른 곳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시선이 있다는 뜻.
서울에 살아보지 않으면 지하철조차 모르고 환승역의 개념을 알기 쉽지 않다.
(나는 22살때까지 지하철 환승은 한 번도 안 해봤다.)

대전에서 학교를 졸업하시고 지금은 서울에 사시는 외숙모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대학생들을 보면, 서울이랑 대전은 정보가 2년 차이나, 그리고 대전과 광주가 다시 2년정도 차이가 나지. 서울에서 토익 열풍이 불면 2년 쯤 뒤에 대전에서, 2년 쯤 뒤에 광주에서도 그게 열풍이 불어서 모두 시작하게 되지, 토익, 토플, 패션. 많은 것들이 그랬어."

SBS가 지역에서 방영되는 데도 몇 년이 걸렸고, 케이블 TV, DMB, 휴대전화, 삐삐도 모두 그랬다.
그 외에도 많지만 이 정도로.


. 종합대
일단 우리학교는 600명 밖에 안된다. 소수정예, 조용하고 낮은 인구밀도의 쾌적한 환경은 좋지만 집단의 크기가 너무 작다. 80%의 학생이 13개의 학교(과학고수가 그 쯤 될 듯)에서 오기 때문에 다들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집단의 의견의 갯수도 너무 적고, 생각이 너무나 동질적이다.

울 학교에 한 분 밖에 안 계시는 음악교수님께서 대학면접 때 수험생 100명과 인터뷰를 했는 데, 다들 대답이 똑같아서 로봇들인줄 알았단다.
"음, 학생은 좋아하는 게 뭐예요?"
"저는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고 ..................."
"그거 말고 다른 건 좋아하는 거 없어요?"
"그게 저.. 글쎄요."

학생뿐만 아니라 수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양학부를 아무리 충실하게 구성한다고 해도
전공학생들과 대학원이 존재하는 정규학부만 할 수가 없다.
'심리학개론', '언어학개론', 'xx개론' 과목은 겨우 진행할 수 있겠지만 약간만 더 심화수업이 되도 개강을 할 수가 없다.
1학년 수준의 교양학부만 존재하는 것이다.
교수님도 2~4학년 수준의 학생과 대학원 수준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함께 배우면서 정보도 얻고 논문도 쓰고, 연구도 할텐데, 모두가 공대생이고 인문학, 사회학적 소양이 1학년 수준 밖에 안되는 학생들과는 호흡이 힘들다.

서울대생과 가끔 이야기를 하곤하는 데, 울 학교는 정말로 사회에 무심할 수 밖에 없다.
모두들 지난 30년간 보장된 삶을 살거나 대부분 연구소에만 들어갔기 때문에
울 학교 출신의 유명한 사람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나조차도 내가 다녔던 회사 이사님들과 윤송이 선배 외에는 생각나는 사람이 없다.)
동문들조차도 사회와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변호사, 의사, 기업인, 언론인, 정치인, 예술인, 작가... 얼마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데, 우리 동문들은 대부분 과학자들 뿐이다.
학교의 최대의 장점과 특색이 또한 우리의 가장 큰 단점이 되는 것이다.

다들 같은 생각만 하는 집단에 박혀있다보면 정말로 사람이 단순해지고 지루할 수 밖에 없다.
집에 돌아와서 우리와는 약간 다른 가족을 만나는 것도 아니고 항상 기숙사에서만 살기 때문에
정말로 과학자가 아닌 사람은 볼 수가 없다.

. 성비
성비에 관해 언급하는 것이 어쩌면 성차별적인 생각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하나의 성(남성)이 집단의 80%를 차지한다는 것은 역시나 다양성이 부족한 것이다.
문화적으로 남성과 여성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러한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여성의 존재는 상당히 필요하다.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해서 소비시장에서 여성 고객의 비율은
남성보다 훨씬 더 높다. 사실 시장에서 남성은 반사회적이다. 도심에 나가보면 걸어다니는 사람, 돈을 쓰는 사람은 여성이 훨씬 많다. 남성이 고를 줄 아는 물건은 자동차와 전자제품 정도 밖에는 없다. 금액으로는 크지만 소비가 자주 일어나지 않는 상품들이다.
세상 사람 절반(여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애꾸눈으로 화살을 쏘는 것과 같다.


댓글 1개:

  1. 근데 그래도 서울이라는 마의 장소는 공기가 너무 안좋다. (알면서) 서울대의 장점은 '과가 많다'라는 거지. 정말로. (...왜 우리 학교에는 지리학과나 문헌정보학과 같은 게 없을까...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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