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10일 토요일

방어적 말하기

어느 순간부터인지, 화술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이 드는 데,
정말로 방어적인 사람이 된게 아닌가 싶다.

회사에서 직설적이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충고(인지 아니면 경고인지)를 많이 들어서
점점 방어적으로 말투가 변해버렸다.
누구에게도 꼬투리 잡히지 않고 뭔가 열심히하고 많이 아는 듯한 말투.

직장상사와 면접용 멘트로 일상대화를 둘러치고 있다.

많이 웃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었는 데, 그것도 수포로 돌아가버렸다.
직장에서 점점 웃는 일이 많아졌는 데, 어느날 상사가 이렇게 말했다.
"자네 웃는 걸보니, 요즘 일이 만만한가보군. 그럼 일을 더 주지.
눈물 쏙 빼고,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져야 열심히 일하는 거야.
허리가 굽고, 눈은 충혈되고 머리는 빠질정도는 되야지.
당신은 아직 열심히 일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지."
그 뒤로는 절대 그 상사 앞에서는 웃지 않았다.
팀 사람들에게도 웃지 않게 되고 결국은 세상 누구에게도 웃음을 보이지 않게 됐다.
항상 무표정 혹은 약간 무심한척, 무능한척, 못 들은척 하는 게 일상이 됐다.
말도 이리돌리고 저리돌리고 화제도 계속 바꾸고 절대로 쉽게 말해주지 않았다.

직장생활의 철칙 제1호를 익혀버린듯하다.
'한국사회에서는 공적으로 친해진 사람에게 사적으로도 친한척해야 하지만 정말로 사적인 이야기를 모두 해서는 안된다. 사적인 말투와 친근감은 매우 많이 줘야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털어놓으면 안되는 위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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