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15일 수요일

장갑

아침마다 병원(대학원)에 가기위해, 초등학교, 중학교 앞을 가로질러서 간다.
왜 그래야 하는 지 알 수 없지만 한국에서는 초등학교는 녹색 어머니회에서 학부모들이 나와서 교통정리를 하고, 중학교에서는 학생들(주번 같은)이 교통정리를 한다. 서양에서는 그 대신 학부모가 자식을 학교까지 데려다주는 것 같다.
교통경찰이 해야 하는 일인데, 왜 비전문가인 시민이 그 일을 대신할까?
뭐 그것도 그렇다고 치고..

녹색 어머니회 학부모들은 모두 녹색 앞치마를 입고, 장갑도 끼고 있다. 3월에는 아침에 춥기때문에 추운 것을 알고 미리 복장도 단단히 준비하신 것 같다.
반면에 중학교 학생들은 교복을 입고 있고, 장갑이 없어서 다들 손 시러워하는 자세를 하고 있다. 소매를 억지로 길게 늘려서 장갑을 대신하거나, 한 손을 호주머니에 넣거나, 옆구리에 손을 끼고 있곤 하고, 뭔가 주춤주춤하게 보인다. 한 달간 수십명의 중학생을 봤지만, 손 시려하면서 장갑을 낀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실은 3월 내내 자전거를 타면서 그 앞을 지나는 데, 장갑을 깜빡잊고 안 낀 날에는 나도 너무나 춥더라고.

그런데 중학생들은 왜 장갑을 끼지 않았을 까?
너무 어려서 스스로 그런 것을 미리 준비하는 것을 알지 못할까?
교육의 수준으로 봤을 때, 그런 것도 준비 못한다는 건, 이 나라 교육의 실패인 것 같다.
내 생각에는 학교에서 교복 같은 복장 단속을 하기 때문에, 복장의 자유를 빼앗긴 아이들이 자신의 복장에 책임을 지는 법도 잊어버린게 아닌가 싶다.
자유로운 복장이었다면 스스로의 복장에 신경을 쓸 테고, 그렇다면 물론 외모에 더 신경이 쓰여 학업이 낮아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추우면 스스로 장갑을 챙겨오는 것도 깨닫게 될 것이다.
시험 문제를 하나 더 맞추는 것은 잘 가르치지지만, 그 인간이 어떤 상황에서 스스로 대처하는 것은 가르쳐주지 못하고 있다.

엄마가 시키는 것만하고, 선생님이 시키는 것만 하는 학생은 그보다 더 나은 것을 하려는 의지를 갖지 못한다.
정해진 준비물이 있을 때도 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더 챙겨오는 것을 할 수 있게 해야한다. 하지만 저녁에도 학원을 가야하고, 뒤를 돌아볼 시간을 주지 않는 데, 어떻게 그보다 더 나은 것을 할 수 있을까.

@ 아니면, 장갑을 끼는 게 그들의 유행에 어긋나는 걸지도 모르겠다.

댓글 3개:

  1. 나도 거대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데 그 안에 초중고 학교가 모두 있어서 아침마다 출근할 때 다양한 학생들을 보고 있어. 확실히 내가 보기에도 학생들이 상당히 춥게 입고 다니는 것 같은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복장의 자유를 빼앗겼다기 보다는 중고생들은 추위를 덜 타는 게 아닌가 하는 결론에 도달했어. 왜냐하면 추우면 외투같은 것은 입어도 되는 것 같은데 입지 않은 경우가 많고, 여학생들은 치마만 입어도 별로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 보였거든. 그리고 네가 자전거를 타면 걷는 것보다 더욱 추위를 느끼게 되니까, 걸어가는 학생들은 네 생각보다 덜 춥다고 느끼겠지. 또 다른 이유로는 장갑을 챙기는 것 자체가 상당히 귀찮다는 것이 있을 수 있어. 어차피 길지 않은 통학 시간만을 위해 장갑을 챙기고 하는 것 보다는 잠깐 추위를 참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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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1주일 마다 저도 학교 앞에 서는데 우리 학교는 장갑이 있지만 끼는 사람도 있고 안끼는 사람도 있는데 안끼는 이유는? 끼는 것 마저도 귀찮아서..



    뒤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한 것은 맞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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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우영 - 2009/04/18 12:32
    응, 자전거 타는 사람이 확실히 훨씬 춥지.



    @ 요즘 나는 귀찮아서 택시로 통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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