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효율성을 위해 새로 구입하는 치과도구들에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인간에서는 소유권이 굉장히 중요해서, 항상 실습 중간이나 끝에 자신이 자기 물건을 잘 가지고 있는 지 확인이 되야하는 데, 서로 물건이 섞이면 혼란스럽고 갈등을 일으킬 수 있어서 말이지.
물론 2학년 실습실은 1학년 때와 달리 한 사람당 1개의 책상이 있어서 공간이 훨씬 넓긴하지만, 도구 갯수도 벌써 10배는 더 많고, 서로 빌려줘야하는 물건도 더 많아서.
또 하나는 심리적인 이유 때문인데, 자꾸 만지고, 이름을 쓰고, 내가 쓰기 편한 곳에 두려고 이곳저곳 자리를 찾다보면 정도 들고, 기구에 친숙해진다.
그 첫 단계로 일단 이름을 쓰고, 나만의 표시들을 하는 거지. 필요하다면 index도 달고 나만의 정리법을 개발하는 중.
그래서 덴티폼의 뒷면에는 나사마다 치아 번호를 미리 써두었고, 상악과 하악도 매번 햇갈리지 않게 여러 곳에 Mx, Mn이라고 써두었다.
각각의 물건의 모양과 용도에 따라 어떻게 쓸지 여기저기 정리도 하고,
상악, 하악을 같이 뜬 cast는 왁스 바이트도 물리고, 고무줄로 묶고, 러버볼에 넣어서 보관도 하고 있다.
이런 저런 모양의 상자와 용기들을 동원해서 물건들의 위치를 찾아가고 있다.
고무장갑을 고무풍선처럼 바람도 불어보고 (물론 쉬는 시간에 몰래;)
하이스피드로 글씨도 여기저기 새기고 잘 가지고 놀고 있다.
전산학을 공부할 때도 그렇고, 치과재료학 때도 그렇고, 위험하지 않고, 공부에 방해되지 않는 수준에서는 최대한 장난을 많이 쳐봐야 익숙해진다.
기구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할 수도 있고, 기구의 한계도 시험할 수 있으니까.
영화에서 폭탄해체 전문가가 왜 치과용 공구를 많이 쓰는 지 알겠더라고.
작은 미러와 작은 핀셋, 작은 드릴, 내시경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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