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4일 월요일

Flat

내가 좋아하는 노래 중에 '네모의 꿈'이라는 곡이있다.
노래 내용은 네모난 세상이 숨막힌다는 거지만 나는 네모난 세상을 좋아한다.
중학교 때까지 내 두뇌를 지배했던 수학자적 기질때문인 것 같은 데, 나는 아주 평평하고 네모난 걸 좋아한다.

평평하고 네모난건 다 똑같은 것 같지만 그것은 기하학적으로만 그렇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때까지 정말로 평평한 곳에서 살지 못했다. 시멘트로 바른 바닥에 장판을 깔긴했지만 완전히 평평한 집은 아니었다. 일단 장판의 가장자리가 벽과 tight하게 붙지 않아서 항상 약간 떠있었고 동그란 굴곡을 만들면서 가구도 벽에 붙일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 때 사용하던 책상도 습기를 잔뜩 머금고 부서지고 구멍뚤리고 의자도 항상 삐걱거렸다. 책상이 사이즈가 달라서 반듯하게 맞추는 게 사실 되지도 않았다.
알루미늄 샤시나 철문을 사용하기 전까지는 문이나 창문도 잘 닫히지 않았다. 항상 빛이 새어들어오고 문틈으로 안이나 밖을 볼 수도 있고 겨울이면 찬바람도 들어왔다.
학교 운동장의 축구공도 가만히 둬도 한쪽으로 굴러가곤 했다.
공책도 처음 살때는 네모지만 좀 쓰다보면 귀퉁이가 뭉게져서 점점 동그란 모양으로 변해간다.
우리나라는 아파트가 많아서 각 아파트 건물은 네모지만 사실 난개발을 해서 길이 바둑판처럼 정비되어 있지는 않다. 각 아파트 단지를 로마시대 모자이크처럼 박아놓은 모습에 더 가깝다.
우리 부모님들은 아직도 네모난 박스에 물건을 담아서 옮기는 것보다는 보자기에 담는 걸 선호하신다.

결론은 뭐냐면.. 나는 좀 네모난 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기계적이지만 좀 더 문명화된 기분도 들고, 효율적이라는 생각도 들고, 더 합리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반듯하게 만들지 못하는 것은 기술이 부족하거나 가난해서 그런걸 살 능력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싫다.
(그렇다고 꼭 직선이어야 한다는 건 아니고, 좀 더 확실한 기하학적 모양이거나 그것들을 응용한 곡선이라면 더 발전된 형태겠지만.)

댓글 2개:

  1. 난 네모가 특별히 좋지는 않은데, 도시가 좋아. 거제도에서 살면 되게 심심할것 같아. 대전 살때도 심심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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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윤혜영 - 2008/01/10 14:08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교육이 우리를 이렇게 만든 것 같기도 해요.

    한의사 하는 친구들은 자연과 벗이 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하고 앞으로 가장 영향력 있을 나라로 중국을 많이 꼽더라구요.

    반면에 전산과 친구들은 게으르고 뭐든 다되는 도시를 좋아하는 편이구요. 미국이야기를 더 많이 하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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