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 6일 화요일

별바라기

대학 1학년 가을.
형준이, 웅이를 따라 별바라기에 들어갔다.
사실 별에도 친구 사귀는 데도 별 관심은 없었다. 그냥 너무 심심해서 간거였다.
생활 패턴도 나랑 안 맞고 야식도 별로... 그리고 술을 먹을 까봐 두려웠다. 사람들이 친하게 지내는 게 신기했다.
그래도 일단 들어갔으니 별자리 공부를 해보려고 했다. 물론.. 실패.
수업 듣는 것처럼 의무감 50%로 동아리에 나갔다. 과연 저 사람들이랑 친해질 수 있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가 그리웠다.

2학년이 됐다. 어느새 1년간 동아리에 나갔다. 남들처럼 동아리에 헌신적인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이기적이게 필요할 때만 나온 것도 아니었다. 하는 일은 없었지만 거의 안 빼먹고 출석은 했다. 그냥 그렇게 다녔다.

후배들이 들어왔다. 움.. 난 별자리 잘 모르는 데  자꾸 물어봤다. 그냥 대충 얼버무리고 잘 아는 다른 선배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동아리에서 뭔가 일을 한 것처럼 거만해졌다. (야식도 잘 안 사줬으면서...)

3학년이 되었다. 괜히 친구들이랑 싸우기도 하고 혼자 동아리 생활 귀찮아 하기도 했지만 이제 정이 들었다. 후배들, 친구들에게 다가가려고 해보기도 하고 괜히 친한척 더 했다.

4학년은.. 음 늙은 거다. 주책맞겨 요즘도 동아리 보드에 들어간다. 이제 복학해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그냥 OB지. 미련은 안 좋은 거다.

이제는 별도 좋아졌다. 취미를 적으면 꼭 '별보기'도 적어준다. 체력도 안되고 준비도 안하면서 관측회도 꼭 따라간다.
그리고 별보다 친구들이 더 좋아졌다. 투명인간이지만 항상 정모도 가고 그랬다.

댓글 2개:

  1. 세상 참 무서운 곳이다.

    별 생각없이 어떤 행동을 하고 또 하고..

    결국은 그것에 중독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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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늘 대전에 왔다가 우연히 별바 정모에 참가하게 됐다. 그냥 불켜졌길래 동방 들어갔는 데. 딱 정모 시간이었다.



    분위기도 그대로이고 사람도 절반은 그대로라서 이런저런 이야기 편하게 했는 데.

    03학번 후배들은 좀 어색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쩝... 이방인이 되면 안되는 데.. 잉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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