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27일 일요일

내 자리

사람들 심리가 다 비슷하겠지만, 나는 내 자리가 없으면 매우 불안하다.
그래서 명절에 시골에 가는 것이나 한국식 MT를 싫어하는 것 같다.
어디 좀 앉으려면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야 하고, 일어나면 내 자리가 없어진다.
밤에도 얼른 누워야 제대로 잘 수 있고, 늦게까지 있는 사람은 잠 잘곳도 없다.
이불, 배게, 수건 어느것 하나 충분한게 없다. 밥그릇, 숫가락마저 부족하면 짜증이난다. 내 휴대폰을 끼워둘 빈 콘센트도 없고, 안경을 벗어둘 곳도 없어서 땅바닥 아무데나두면 누가 밟아서 깨버릴 것 같다. 숨어서 옷 갈아입을 곳도 없고, 화장실도 제때 갈 수가 없다. 옷을 걸어둘 곳도 신발을 벗어둘 곳도 없다.

교통수단도 마찬가지. 택시, 고속버스, 기차, 비행기는 내 자리가 있는 데, 입석으로 가는 시내버스는 내 자리라는 게 없다. 지하철도 시내버스와 비슷하지만 커브길을 돌거나 급정거를 하지 않기 때문에 버스보다 사람들이 차곡차곡타서 내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다.

어디 한 곳 앉을 데 없는 공원들도 싫다. 여기저기 벤치가 있어서 다리 아플때든, 경치를 좀 감상할때든 쉴 수 있는 공원이 좋다. 다리 아프게 하루종일 서있어야 하는 미술관이나 동물원도 딱 질색이다. 사람 없을때가서 차분하게 볼 수 있는 곳이 좋다.

사실은 어디를 가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누구와 언제, 어떤 조건에서 가느냐가 문제이기도 하다. 한가한 시간에 편한 사람들과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다 준비해서 가면 얼마나 좋은가? 내가 앉아있을 곳도, 물건을 둘 곳도 모두 준비되어 있는 그런 상태.

@ 집, 학교, 회사, 극장, 기차 어디서든 내 자리에 누가 앉아있으면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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