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19일 월요일

I vs me

타임머신을 주제로한 SF는 정말로 많다. SF에서 가장 인기있고 중요한 소재가 되버렸다.

나는 예전에는 SF에 나오는 대부분의 것은 불가능하고 비현실적이라고 까는 사람이었는 데, 요즘은 화법을 바꿔서 SF에 나오는 것이 그대로 이루어지지는 못해도 어떤 것은 문학적 상상력과 공학적 타협을 통해 해결가능하고 어떤 것은 심지어 추상적인 면에서 거의 비슷하게 현실세계에 이루어졌거나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다시 타임머신으로 돌아와서,
그 타임머신을 소재로한 이야기에서도 중요한 물리적 법칙은 시공간연속체를 유지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려면 자기 자신이나 자신의 후손을 만나서 서로가 자신임을 인식해서 논리적 모순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마치 도플갱어를 피하듯 자신을 피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이 너무나 자신과 같은 식으로 사고하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돌아다니다가는 동선이 겹쳐버린다는 점이 한가지가 있고, 내 자신은 나만큼 똑똑하기 때문에 nemesis가 되서 나를 괴롭힐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럼 여기서 주제를 약간 틀어서, 과연 나와 나의 대결은 가능할까?
거울을 보고 가위-바위-보를 하는 바보 같은 짓이 일단 하나 있겠고,
스쿼시 같은 상당히 스마트한 방법이 있을 수도 있겠다.
육상, 수영, 야구, 골프 같은 경기라면 자기 자신의 기록을 갱신해 나갈 수가 있다.
좀 더 능동적인 게임은 없을 까?
정신분열증 환자가 되서 내 자신과 1:1로 체스 게임을 두는 건 어떨까?
보안 전문가가 되서 내가 버그를 수정해서 막으면 그것을 또 뚫는 것은?
사실 바둑, 경영, 경제학을 하는 사람들은 다들 game theory 같은 것을 이용해서
세상에서 제일 똑똑하고 모든 것을 아는 적인 나 자신 (혹은 신)과의 경쟁 상황을 가정한다.

내 자신과 직접 대결이 어렵다면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나 내 자신의 분신 혹은 자식과의 대결은 어떨까?
지칼박사와 하이드의 대결, 바이러스를 만든 과학자가 다시 백신을 만드는 것, 보안 전문가가 해커로 변신하는 것, 스타워즈에서 루크 스카이워커와 다스 베이더가 싸우는 것도 그런 상황으로 볼 수 있다.

@ 그래서 말이지, 내 자신과 싸우는 것도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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