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25일 토요일

이민

언제부턴가 지껄이고 다니던 말인데, 이민을 가고 싶다고 하고 다니고 있다.
애국자가 많은 (그렇게 교육받은) 대한민국에서 그런 소리하고 다니는 녀석들은
반쯤은 매국노라고 취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집단(한국, 한국인)이 자랑스러운 이유는 국호가 '대한민국'이었다거나 북위 38도, 동경 127도 부근이라는 지리적 위치를 고수하였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단 역사적으로 국호도 여러번 바뀌었다. 조선 -> 고구려, 신라, 백제 -> 고려, 발해 -> 조선 등..
지리적 위치를 생각해봤을 때도 지금은 상당히 남쪽에 머물러 있는 편이다.
단일민족으로 5,000년간 유전자 풀을 유지했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유전적으로 일본인, 중국인과 거의 차이가 없고 많은 유민들이 서로의 국가로 이주를 했다. 백제의 왕족은 일본으로 건너갔고 나의 조상('주'라는 성을 물려준 그 분)도 먼 옛날 몽고의 침입을 피해 송나라에서 이민을 왔다.
심정적으로 봤을 때도 사실 우리와 언어적으로 가장 비슷하다는 몽고인들은 유라시아 벌판에 걸쳐 살았고 심지어 유럽으로 들어가서 헝가리 같은 곳에서 살게 되기도 했다.

이렇게 결국은 변할 언어, 지리, 유전자 풀 등을 따지는 것보다는 우리가 자랑스러운 이유는 생존 그 자체에 있다고 본다.
반경 200km의 좁은 구역에 갖혀서 북으로는 독재자(김xx시)의 위협을 받고
바다 건너의 많은 강대국으로 둘러싸여 위협을 받고 우루과이 라운드니, FTA 협상이니, TOEFL, TOEIC 하는 수많은 시험과 난관을 이기려고 버둥대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민을 가서 인종차별에 맞서는 게 쉬운 일이 아닐까 싶다.

고구려, 신라, 백제가 원래 하나의 집단이 아니었던 것처럼 우리도 그 어느 다른 곳에서 살다보면 그 집단이 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문화와 유전자를 남기느냐는 우리의 능력에 달린 문제이다.
유전적으로도 한국에서 살면서 애를 하나 낳는 것보다는 저기 땅값싸고 음식값싸고 자녀를 교육시키는 데 부담이 적은 곳에서 2~3명씩 낳는 것이 좋지 않을 까?

문화적 입장에서도 한국에 남아 문화재가 부동산 가격에 밀려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게 나을 지 아니면 차라리 루브르 박물관에 대여를 해주고 더 많은 세상사람들(특히 서구인들)이 그것을 느낄 기회를 주는 것이 나을지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언어적으로 보았을 때도 영어에 밀려 점점 줄어드는 한국어를 방어하려는 입장이나 TOEFL, TOEIC 점수에 아둥바둥 댈 바에야 차라리 영어를 직접 쓰는 곳에서 살면서 문제없이 영어를 구사하고 영어 단어 속에 한국어 중에 우수한 표현과 단어, 뉘앙스를 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문화가 나은 점이 있으니 잊지 말고 우리끼리라도 보존해야해."라는 수동적인 입장보다는 "우리 것이 나은 점도 있으니까 저들에게도 가르쳐줘야지."라는 능동적인 입장이 낫지 않을 까? 그들과 함께 살면서 정말 나은 점이 있다면 우리가 가르쳐 주는 거다.

자원의 활용의 측면을 봐서도 자원이 거의 나지 않는 이 위치(북위 38도, 동경 127도)에서 자연의 허용하는 한계보다 2배나 많은 인구가 사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우리가 평생 살아야할 60 ~ 100년의 시간동안 석유, 음식 등을 배를 통해 수입하는 것보다는 이 작은 우리의 몸(60 ~ 100Kg)이 자원이 풍부한 장소로 이동해서 사는 게 에너지를 절약하는 길이 아닐까?

공무원 하나 뽑는 데, 1,000명이 몰리고 환경미화원 경쟁률이 100:1이 될 바에는 저기 유럽이나 미국의 길거리를 청소하는 것이 서울의 길거리를 청소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우리나라가 지금 겪는 실업률과 출산률 저하의 원인은 정치, 경제의 운용과 사람들의 인식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유물론적으로 봤을 때, 근본 원인은 자원의 부족과 기술의 발전 때문이다. 자원의 부족을 해소할 길은 수입을 더 많이 해서 공급을 늘리거나 인구를 줄여서 수요를 줄이는 것 밖에 없다. 결국 저 먼 곳 사람이 부족하고 자원은 남는 곳으로 옮겨가면 된다.

우리만의 기후와 음식, 사회관계가 깨지는 것이 두렵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것도 현재의 기술과 사회 시스템으로 거의 극복이 가능하다. 사실 기후로 따지면 이 나라가 그렇게 최적의 조건을 가진 곳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구밀도가 낮은 곳이 환경오염도 덜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럽이 그나마 깨끗한 것은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시아보다 낮은 인구밀도 때문이다. 또한 대륙의 서쪽은 해양성 기후라서 대륙의 동쪽이 가진 대륙성 기후보다 좋다. (지구과학시간에 편서풍의 영향에 따른 기후를 공부했다면 알겠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들도 요즘은 곡물, 야채은 중국, 과일은 남미, 고기는 미국, 호주에서 수입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리적으로 자급률 100% 달성이 불가능하다.) 반대로 미국, 유럽에 가서도 김밥, 고추장, 된장, 김치, 마늘, 양파, 고추 다 사먹을 수 있다. (원래 고추, 마늘, 양파은 200년전에 서구나 남미에서 건너온 것들이다.)
IT의 발달로 cyworld, blog 뭐든 어느 나라에서든 다 할 수 있다. 내게는 프랑스와 미국에서 사는 친구, 선후배가 몇 명 있는 데, 한국에 사는 친구들보다 그들의 소식을 아는 데 전혀 다른 것이 없다. 솔직히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산다고 1년에 몇 번 만나는 가? 대기업 들어가고 나서 메신져를 통제 당해버린 친구들보다 프랑스 파리에 살면서 매주 사진을 올리는 친구의 소식이 내게는 더 잘 들린다.

무력(국력)으로 만주벌판을 정벌하거나 하와이나 남미의 땅을 수복하기는 어려운 이 시대에 그 땅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주해서 땅을 소유하면 실질적으로 다를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땅을 소유하고 세력을 확대하고 투표를 통해서 군수, 주지사 뽑아서 원하는 대로 잘 살면 되는 것 아닌가?

댓글 1개:

  1. 오.. 나랑 생각이 비슷..

    옛날과는 달리 요즘 이민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민가서도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니까 능력이 되면 이민가는게 더 좋을듯. 그래야 밑에 있는 사람들이 올라올 자리가 생기지 않겠어?



    근데 옛날부터 땅에 대한 애착과 한이 강한 농경민족인지라 어딘가로 이주해서 산다는게 정서적으로 맞지않게 느껴지는게 사실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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