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0일 목요일

잉여 공간

돈이 많아서 큰 집에서 살아본 사람에게는 별거 아닌 일이겠지만, 내 자신에게는 이 18평짜리 집에서 혼자 사는 게 가끔은 공간의 낭비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룸메를 들이면 좁다. 그리고 가운데 있는 벽을 뜯어버리면 방 2개가 1개의 넓은 공간이 되서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최소한 직접 연결하는 통로라도 뚫면 재미있을 것 같다. 건축법 위반일수도 있고, 벽을 뚫을 돈도 없다.

음. 그러니까 내 방은 2개다. 공부방 1개, 침실 1개. (그리고 부엌 1개, 화장실 1개, 창고 1개, 베란다 벽장 1개)

여름이라 더워서 두 방 중에 하나만 에어컨을 달았다. 어디달까 생각하다가 공부방에 에어컨을 달고 이불도 공부방으로 옮겨왔다. 그래서 공부방은 물건들로 좀 더 번잡하게 됐고, 침실은 옷들만 걸려있고 옷 갈아입는 시간 외에는 비게 됐다.

뭐 그냥 넓은 공간(혹은 넓진 않지만 2개의 공간)을 그냥 있는 그대로 즐기고 여유롭게 살 수 있겠지만 그냥 보기만 하면서 덜 답답하다는 상쾌감을 느끼거나 그냥 방이 2개라는 사실에 포만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뭔가 나만의 공간이 2개나 될때 그 전에는 그리고 앞으로도 해보지 못할 이 곳에서만의 특별한 일을 해봐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그래서 하루는 줄넘기도 해보고 옆구르기도 해봤는 데, 그건 좀 위험하기도 하고 옆 집에도 민폐인것 같다. 쇼파나 그네, 당구대 같은 휴식, 놀이 시설을 놓는 건 어떨까? 하지만 나처럼 지속적인 취미가 없고, 투자할 돈도 많지 않은 사람에게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

4년 뒤에 광주보다 더 큰 도시에서 살기로 맘먹었기 때문에 거기에 가면 이렇게 넓은 공간은 누릴시간이 이제는 없을 것이다.

@ 지금은 공간과 시간이 있는 데, 왜 할 게 없을까? 5평쯤 잘라서 옆집에 임대해 줄 수는 없나? 벽을 5평만 옆으로 밀고당겨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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