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영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전공이나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공대생이 기술자가되고, 법대생이 변호사가 되고, 의대생이 의사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물론 각자의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변호사, 의사가 되겠지만, 그 자격시험을 통과했다고 해서 평생 형사소송에만 참여하고, 외과수술만 해야할 필요는 없다.
국적이 한국이라고 된장국, 쌀밥만 먹고, 한국말만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국제 자본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노동시장이 열린 곳이라면 세상 어디든 갈 수 있고, 세금이 싸고 제도가 편리하면 다른 나라로 주민등록을 옮길 수도 있다.
나는 더 이상 농부가 아니다, 땅에 대한 애착을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영토를 적극적으로 방어할 필요도 없다. 물론 내 재산을 방어할 필요는 있지만 현금이나 주식으로 liquify해서 이사가면 된다.
자본이 그렇게 자유롭게 움직이는 데, 내 자신도 그렇게 움직이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내 자신이 가진 정서적 고향이나 안정감도 특정한 물리적 공간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억, 기록, 추억으로만 남을 것이다.
나의 물리적 고향인 곳에 반드시 돌아갈 필요도 없다. 추억의 시간은 사진과 비디오로 기록되서 저녁에 느긋하게 쇼파에 앉아서 TV로 돌려보면 되지, 그 곳을 다시 방문한다고 재현되지 않는다. 어차피 내 고향도 자고일어나면 변해버려서 그 곳을 다시 간들 내가 20년 전에 보았던 그 모습은 찾아 볼 수는 없다. 내가 보고 싶은 과거의 모습은 사진, 비디오로 세상 어디서든 볼 수 있다.
눈이 파란 사람이든, 머리카락이 빨간 사람이든, 두건을 머리에 두른 사람이든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화는 '심청전'이 아니라 '아기 곰 푸우'이다.
'홍길동'보다는 디즈니 '도널드 덕'을 훨씬 많이 봤다.
서양 사람들과 어린 시절 추억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공감할만한 부분이 그만큼 많다.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진 이야기, 비눗방울풍선, 변신로봇(transformer) 등..
세상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는 것과 같은 영상을 매일 보고 드라마, 뉴스도 비슷하다.
굳이 우리것을 구분지으려는 생각 자체가 모순이다.
'밀양'이라는 영화가 유럽에서 상을 받았단다. 소재가 한국적이라고 볼 지 모르겠지만, 유럽사람들이 봐도 그럴듯 한 것이다.
국적이 뭐 그리 중요한가?
패리스 힐튼이 얄밉기는 한국대중들이나 미국대중들이나 똑같다.
그 여성이 얄미운 것은 미국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돈 많고 재수가 없어서다.
다른 한국인이 상을 탄다고 자랑스러울 것도 없고, 외국에서 추태를 부린다고 부끄러울 것도 없다. 그는 단지 타인일 뿐이다.
조승희씨가 살인자가 되었건, 봉사자가 되었건 나와 관련있는 사람은 아니다.
한국 정부는 한미 FTA를 선언했다. 정부가 경제부분에 있어서 더이상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완전 개방은 아니지만 많은 부분을 포기한 셈이다.
신자유주의가 좋던, 나쁘던 아무튼 현실은 그것이 온다는 점이다.
피켓들어도 막을 수도 없다면 대비하는 수 밖에.
대기업들도 한국 이공계들에게 연봉을 더 주기보다는 동남아의 저렴한 기술자들을 원하고 있다. 요즘 이공계 해법들에 정부와 기업이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지난 12년간 국가가 어떤 식으로 나를 가르치고, 애국심을 고취시켰건 그건 과거의 문화와 교육이었고 미래는 그런 식으로 펼쳐지지 않을 것이다.
심정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지만 나는 지방출신(전라도출신), 한국인, 공돌이, 전산과, 명문대출신 따위의 신분적이고 계급적이기까지한 굴레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나만의 평화와 자유, 안락함을 누리고, 마음에 맞는 세상 어떤 사람과도 친구가 되고, 결혼하고 살 수 있는 것이다.
흥미가 생기면 사업가가 될 수도 있고, 남을 변호할 수도 있고, 전문가가 되서 가르칠 수도 있다. 직업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컨설턴트든, 강사든, CEO든, 기술자든, 상담가든 언제든 변신할 수 있다.
심지어는 가족도 확장될 수 있다고 본다.
나중에 돈을 많이 벌어서 훌륭한 젊은이들이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한다면 장학재단을 만들어서 후원을 할 수도 있다. 혈연적 자식은 아니겠지만, 멘토가 되어 줄 수도 있고, 종교에서 말하는 대부(god father)와 비슷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오 현성 생각하는게 세계적인데~
답글삭제@혜영 - 2007/07/24 09:36
답글삭제조선 후기(병자호란 이후)에 사회가 경직되서 이민이나 외국을 배척하게 된 것이지 우리나라도 역사의 대부분(고구려~고려)에서는 활발했던 것 같아요.
대부분의 건국신화를 보면 외국인(심지어 인도인)과도 결혼하니까요.
고려의 왕들도 몽고침략 이후에는 몽고인이 왕비였구요.
서구가 중세시대였을 때는 이슬람과 무역을 꽤 크게 해서,
이슬람교를 가진 고려인도 있고, 이슬람인이 우리나라에서 살기도 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