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그림 : http://en.wikipedia.org/wiki/Image:Aids_virus.jpg
Virus에 관련된 수업을 듣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질병이라고 하면 매우 지저분하고 추하고 끔찍한 사진들이 교과서에 가득 실렸다. 제대로 먹지 못해서 온갖 병에 걸리고 피흘리고 온몸이 뭉게지는 그런 환자들의 사진들.
하지만 분자생물학시대에는 많은 것이 변한 것 같다. 물론 아무리 많은 백신과 기술이 나왔어도 질병에 대한 위험과 공포는 여전하지만 그 질병을 보는 우리의 미디어는 많이 달라졌다.
광학현미경 시대만 하더라도 세균들은 여전히 징그러운 존재였다. 미끈거리고 꾸불거리고 뱀처럼 기어다니는 이상한 괴물들. 영화 에일리언에 나오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매우 끈적하고 유선형으로 움직이면서 우리를 한 입에 삼켜버릴 것 같은 모습.
전자현미경 시대인 요즘은 그런 기생충들보다 Virus들이 더 인기가 많다. Virus는 정말로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닌 것처럼 생겼다. 머리, 꼬리, 팔, 몸통, 뿔, 시퍼런 이빨, 이런 것들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차라리 NASA에서 만든 달 착륙모듈이나 Startrek에 나오는 우주선, Matrix에 나오는 mechanic들에 가깝다. 곡선은 거의 없거나 sphere 1개 뿐이고 완벽하게 기하학적이고 대칭적인 것들도 많다.
과연 이것들이 우리를 죽이는 무시무시한 존재인지, 아니면 페르시아산 카펫 무늬인지, 각도기와 컴퍼스를 이용한 기하학적 그림인지 분간할 수 없게 되버렸다.
플라톤의 이데아적 관점에서 보자면 미학적으로 virus는 인간보다 우월하다.
그런 미학적 관점으로 따졌을 때, Virus > 인간 > 기생충 순으로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물리친 virus는 없지만, 항생제를 통해 우리에게 가장 흔한 기생충(온몸을 근질거리게 하는 몇몇 녀석들)은 물리친 적이 있으므로 승자승 원칙에 따라서도 신의 축복은 Virus > 인간 > 기생충 순으로 받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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