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저학년때는 하늘을 많이 봤었다.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는 TV가 안 나왔으니까. 백남준씨가 말했듯이 한민족은 TV가 발명되기 전에 이미 달을 TV 삼아 밤마다 보면서 할머니가 옛날 얘기를 해줬다는 것처럼 나도 같은 식으로 하늘을 본 것 같다.
그런데 솔직히 낮에 보는 하늘은 별로 볼 게 없다. 그 때는 일찍 잤으니 별을 본 적은 거의 없고 주로 구름을 보는 데, 우리동네 구름은 영화에서 처럼 멋있지 않았다. 솜사탕 같지도 않고 그냥 비리비리 하다가 가끔 물먹은 솜이불처럼 하늘을 가득채우기나 할뿐. 뭔가 글래머러스하고 그리스 신화적인 구름 모양은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리고 고등학교때까지 하늘을 볼 시간이 별로 없었다. 수업시간이 너무 많아서 말이지. 하지만 눈이 아파서 초점을 마추기 위해 쉬는 시간마다 먼 산을 보려고 노력했다.
대학때는 낮보다 밤에 하늘을 많이 봤다. 별보는 동아리 들어갔으니. 근데 하늘이라는 게 5분만 봐도 목덜미가 아프다. 누워서 봐도 1시간이면 땅이 몸의 온기를 빼앗고 요통을 일으킨다. 하늘을 보는 자세는 인간이 기어다니다가 직립보행을 한 것만큼 큰 도전일지 모른다. 진화적으로 10만 ~ 100만년의 시간이 필요한 자세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에 천지창조를 그리다가 만병을 얻은 게 실감이 난다.
미국에 놀러갔을 때는 하도 전투기들이 낮게 날아서 시끄럽기도 하고, 가끔 프로펠러기들이 플랑카드를 펄럭이면서 광고를 하길래 신기해서 쳐다봐줬다.
그 뒤로는 하늘을 안 보고 살고 있다. 강남은 빌딩 숲이라서 하늘을 보려면 목이 너무 아프니까 그렇게 안하는 게 좋았고 코엑스는 지하였다. 대전에 와서도 창밖을 볼때는 하늘 자체보다는 옥상에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보는 걸로 초점이 옮겨갔다.
앞으로 남 입안을 들여다보는 직업을 가지게 되면 땅만 보고 살아서 목이 다시 아프게 될 것 같다. 프로그래머일때는 그래도 항상 정면을 보고 살았는 데, 이제는 땅에 코 박고 살게 되는 거야.
@ Skywalker랑 spell이 비슷하지만 Sky watch다.
확실히, 군대 2년간 빼고 21세기에는 (도시에만 살아서 그런지) 밤하늘 볼 일이 없구랴. 가끔 봐도 흐릿한 달덩이만 보이니... 그나저나 산(?)에서 군생활하는 2년 동안엔 은하수도 보고, 별걸 다 봤다... (근데 합격한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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