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12일 토요일

종이비행기

높은 층에 살면 뭘 할 수 있을 지 항상 생각해보는 데,
한 가지는 밤에 도시의 야경을 구경하는 것이고
창 밖으로 침을 뱉어서 어디로 떨어지는 지 보는 6살짜리 아이디어 뿐 인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종이 비행기를 접어 날려봤다. 집안에서 날리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데, 놀라운 점은 종이 비행기를 12층에서 접어서 날렸는 데, 다시 12층으로 돌아오거나 14층 복도로 떨어진다는 점이다.
물론 잘 날지 못하는 비행기(그냥 동그란 추라든지, 바람의 영향을 적게 받는 가래침 같은 것들)는 그냥 밑으로 떨어진다.

구조적으로 안정적이고 균형이 잘 잡힌 종이비행기를 날리면 공기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물론 하얀 파우더를 섞어서 날리면서 비디오 촬영하는 게 더 공학적이지만 그런거 날리면 이웃들이 싫어한다.

내 생각에는 아파트는 직사각형의 건물이라서 주변에서 바람이 불면 난류가 많이 형성되서 바람이 자연스럽게 밖으로 흐르지 못하고 직사각형의 경계를 감싸면서 뱅글뱅글 도는 것 같다.

우리집이 12층이라서 14층으로 날아가길래, 14층에 뛰어올라가서 다시 한 번 날렸더니 우리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복도식 아파트라서 아파트 한쪽 벽면의 50%가 뚤린 복도라서 다시 복도로 되돌아오는 것.
그래서 이번에는 반대쪽 면(베란다 쪽)으로 다서 날렸더니 아랫집 유리창들을 두드리면서 옆으로 아래로 계속 날아갔다. 복도쪽 면이든 반대쪽 면이든 아파트의 공기의 흐름이 밖을 향하지 못하고 건물의 주변만 감싸면서 빙글빙글 돈다는 증거일 것 같다.

모든 물체는 아래로 떨어진다는 자명한 진리는 공기의 흐름을 무시한 것인데, 바람이 세게 부는 날이나 절벽에서는 침을 뱉었을 때 내 얼굴로 다시 떨어지는 게 매우 흔한 일이다.

음, 나중에 돈을 좀 멀어서 바람 길을 고려해서 만들었다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서 종이비행기를 날려보면 정말로 비행기가 건물 벽만 자꾸 긁지 않고 저 멀리 자연스럽게 바람길을 따라 멀리 날아갈 수 있을 까?

우리집은 눈이 올때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옆으로 내린단 말이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눈이 위로 솟구치는 걸로 유명하다.)

@ 연날리기 였다면 연이 박살났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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