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선생님인 혜경 누나와 남편 Warren씨와 함께 강진/완도 남쪽에 있는 섬에 가기로 했다.
(수영장 등록 첫 날인데, 바다에 수영하러 가야해서 수영장을 못 간건 좀 아이러니한 것 같다.)
10년 전에 대학을 막 합격하고 다녔던 학원의 영어 선생님이셨는 데, 4~5년 전에 담양에 놀러갈 때 한 번 보고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형호가 자주 연락을 하고 있었더라고.
어젯밤에 갑자기 결정된 일이라서 또 한 명의 친구를 데려갈 수 있는 기회는 놓쳤다. 늦은 밤에 연락이 되는 사람이 있어야 말이지.
광주 -> 나주 -> 영암군(월춘산) -> 강진군 -> 마량면 -> 가사해수욕장 -> 강진 도자기 구경 -> 탐진강 은어 축제 -> 광주
옆에 있는 항구에서 배를 타고 섬으로 가고 싶었는 데, 기다리는 차가 100대가 넘어서 못 갔다. 한 번에 12대 정도 밖에 실을 수 없다나봐.
차는 못 싣고 가는 작은 배인줄 알았는 데, 그보다는 크네. 하지만 역시나 너무 많은 차가 기다려야 하니 결국 못 갔지.
의사소통을 위해서 3명 다 하루 종일 영어만 쓰게 됐다. Warren씨는 미국인인데, TESOL을 취득하면서 혜경누나를 만나 한국으로 오게 된 것 같다.
한국 말고도 동아시아 나라들을 참 많이 여행했더라고, 그리고 선생님이니까 한국인들을 많이 가르쳐봐서 나랑 대화할때도 별 어려움은 없었다.
1년 반씩 미드 보면서 이럴때나 한 번씩 써먹는 영어니까.
수영복도 안 가져가서 반바지도 빌려 입고 바닷물로 퐁당. 해수욕장에 있는 다른 꼬마들도 외국인 아저씨에게 관심이 많았다. 덕분에 더 큰 에어 매트리스도 꼬마들에게 빌리고 함께 놀 수 있었다. 영어 잘하는 꼬마도 있더라고.
모래사장이니까 당연히 flip-flop를 신어야 하고, 신발 벗으면 모래가 참 뜨겁지, 홀짝홀짝 뛰어서 바다로 달려가야.
하지만 바다도 처음 들어가면 춥다고, 담글수록 아래는 괜찮아지는 데, 바닷물이랑 공기의 경계가 항상 가장 추운 것 같애.
평영을 배워뒀더니 머리는 젖지 않고 개헤염으로..
하지만 결국 튜브에서 놀고 물장구치다보면 완전히 젖어버리는.
눈에 소금물이 들어가니 좀 따갑기는 한데 참을 만하고, 물도 흐리고 나무조각도 좀 떠있어서 물 속에 잠수는 좀 그랬다는..
Warren씨는 등치가 부인보다 크기 때문에 치어리더 놀이처럼 물 속에서 부인을 어깨에 업고 다녔다는. 음.. 나는 쉽게 부릴 수 없는 재주인 것 같네.
생각보다 거리가 멀어서 Warren은 왕복 5시간 정도 운전을 한 것 같다.
라디오도 들었다가, mp3도 들었다가, 이런 저런 얘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거지.
아, 내가 왜 국내 여행을 안 좋아하는 지 기억이 다시 났는 데, 그게 여러가지 편의시설이 불편하잖아. 화장실도 지저분하고, 주차장도 없으니까 여기저기 적절히 찾아서 차를 주차해야 하고, 차가 없으면 갈 수도 없고. (그렇지 나는 차가 없지.), 음식점도 그다지 깔끔한 곳에 가본 적이 없는 것 같애, 탈의실도 없고, 샤워장도 있기는 했는 데, 찬물로.
중간에 강진터미널 근처에서 커피를 한 잔 하려고 시내에 멈췄을 때도 주차할 곳이 없었다고.
하지만 재미있는 사람들과 놀러갔기 때문에 재미있었다.
전라도 여행을 가족 아닌 사람들과 가본적이 거의 없더라고. 왜냐면 어른이 되서는 전라도에서 살지 않았으니까.
(특히 나주 -> 광주 가는 길은 할머니를 보기위해 가족과만 항상 다니던 길이 었잖아.)
돌아오는 길에는 도자기 구경을 하려고 했는 데, 거의 문닫은 것 같아서 볼 수는 없었다. 그냥 다음에 봐야지.
대신 은어 튀김은 먹을 수 있었는 데, 이거 너무 큰 물고기를 통째로 튀겨놨더라고, 2만원에 8마리. 3명보다는 4~8명이 가서 조금만 맛만 보고 다른 걸 먹는 게 낫지 않았을 까 싶다. 은어 매운탕 같은 거라면 더 좋았을 텐데, 만들기도 번거롭고 치우기도 번거로워서 인지 팔지 않았다.
축제라서 수백명 자리를 만들어둔 모양인데, 우리가 앉자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서 음식점 외의 야외무대에는 손님이 없었다.
탐진강 변에 그물을 쳐두고 직접 은어를 잡을 수 있게도 해두었더라고.
바자회 같은 것도 열려있고, 작은 페이스 페인팅이나 마술쇼도 있다던데, 비오니 그런건 다 물건너 간듯하고.
탐진강은 크기로 보면 음.. KAIST 앞에 있는 갑천이 생각나는 것 같다.
비가 엄청나게 와서 돌아오는 길에는 앞도 잘 안 보였어.
비오는 데 엄청 차까지 뛰어가고, 역시 장마철.
글쎄 은어를 먹을 때는 완전 베트남, 캄보디아, 미안마에 온 기분.
오늘 길에 길에서 복숭아도 사서 얻어먹고.
그렇지.. 길에서 배, 복숭아, 포도를 파는 곳이 간간히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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