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7일 토요일

청소와 미숫가루와 블로그

엄마가 항상 먹으라고 붙여주시는 미숫가루는 부담스럽다.
20년 전업주부인 어머니에게 미숫가루를 매일 몇 번씩 타먹고 만드는 것은 큰 부담이 아니다.
항상 하는 요리 중 아주 쉬운 작업이 하나 더 추가된 것일 뿐이고 숙련도도 높다.


반면에 나는 하루에 12시간을 일하고 2~3시간은 학원에 다니느라. 집에서는 잠 잘 시간도 부족하다.
(고등학생 때와 수면시간도 비슷하다. 뭐.. 고등학생 때보다 1~2시간 더 자기는 하지만.. 고등학교 때는 수업시간에 많이 졸았으니. 비슷한 셈.)


미숫가루를 위해 그릇을 매일 하나 더 씻고 스푼을 하나 더 씻고 잘 풀어서 젓고 설탕을 타는 일은 귀찮다.
엄마는 동시에 4잔을 만들기 때문에 효율도 더 높다. 설겆이도 더 많이 한 번에 하니까.


물론 엄마에게도 약점이 있다. 내게는 말하기나 자전거 타기보다 더 쉬운 키보드 자판치기가
엄마에게는 김장보다 더 땀나고 청소보다 더 힘든 일이다.


나는 방청소도 잘 못하고 김치 담그는 법도 모르지만, 엄마는 블로그를 만들 줄 모른다.


각자 자신이 잘 하는 것이 따로 있고, 좋아하는 것이 따로 있는 거지.
그것도 못하니까 누구는 게으른 것이고 누구는 뒤쳐지는 것이라고 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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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리고 방청소에 대해 변명을 좀 하자면.. 너무 깨끗하게 살면 룸메들과 사이가 나빠질 수 밖에 없다.
나혼자 매일 쓸고 닦던지, 룸메들을 갈궈서 청소를 해야 하는 데, 둘 중 어떤 걸 선택해도 비극이다.
누군가는 괴로워져야 한다.
(고 1 때 청소 때문에 룸메와 사이가 상당히 안 좋았다. 그 때는 벌점 제도도 있어서 안 치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부모님과 사는 사람들의 50%는 내 방이 그리 깨끗하지 않다고 하는 데,
기숙사 생활을 3년 이상 해본 친구들의 50%는 내 방이 놀랍게 정리 잘 되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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