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7일 토요일

공적인 관계와 사적인 관계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공적인 관계를 사적으로 확장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떻게 business로만 만나지? 일 끝나고 같이 술도 마시고 형님, 아우하면서 사적인 자리도 가지면 좋잖아.
 다음번 부탁할 때도 편하고 말이야."


아무튼 나는 그런 인간 관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다.
오히려 그냥 계속 공적인 관계로 일하고 official하게 business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편이 낫다.
업무시간에는 도와주고 "안녕히 계세요."하고 퇴근하면 내 원하는 대로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면서 살고 싶다.


하루 8~12시간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밤에 술까지 먹고 심지어는 팀 사람이 룸메이트가 되서 하루 16시간씩 (눈 감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 동안) 보기는 싫다.
거기다 매번 회식, MT, 단합회, 수련회라고 해서 생활까지 같이 해야하는 건 참을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한국인은 이중적이게도 "맺고 끊음이 확실한 인간"을 원하고 있다.
사적인 친밀감도 유지하면서는 공적으로 그런 관계가 쉽지 않다.
사적인 자리에서 자꾸 공적인 문제를 꺼내놓기 때문이다.
"그냥 얼굴 보려고 불렀어."라고 말하고는 10분쯤 뒤부터 업무 이야기를 하나씩 꺼낸다.
업무 이야기를 피하려고 하면 이렇게 말한다.
"왜 그래, 형님이 선배와 후배의 관계로 그냥 말 종 하자는 거지, 언제 일 이야기 했다고 그러냐?"


사람들은 이렇게 공적인 관계를 사적으로 확장하면서 양쪽 모두 다 발전시키고 사우나, 술집도 같이 가면서
피로도 푸는 데, 아무튼 나는 그런 관계가 되면 피로가 더 쌓인다.


별로 한국인답지 않은 것 같다. 전형적인 일본인이나, 유럽인(독일이나 북유럽..) 같은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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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을 부를 때도 사람들은 "xx씨", "xx님" 이렇게 부르는 걸 어색해한다.
"형", "동생", "후배", "선배", "너" .. 이런걸 더 좋아하는 데,
아는 "xx씨", "xx님" 이렇게 부르는 게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공적인 자리에서 "후배야"라는 말을 듣는 순간 더 오싹하다.
선배이면서 동료인 그들은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공과 사를 넘나 들면서 자신에게 유리하고 즐거운 방향으로
나를 요리한다. (동료이면 공적으로 동등한데, 사적으로 자신이 우위에 서니까. 그는 사적인 관계를 최대한 이용해서 항상 우위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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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나치게 냉정하고 범생인듯하다.
심지어 가족이라도 공적인 자리에서는 "xx씨"라고 부를 수도 있다. paranoia인가보다.
그래서 공적인 자리에서 "너는 누구의 아들이구나?", "xx님이 너희 삼촌이시니?", "xx는 네 동생이구나"
이런 이야기 싫다. 사적인 자리에서는 가족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공적일 때는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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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은 같이 일하면 친해진다는 데,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 중에 그는 나와 친해졌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들과의 관계가 살짝 멀어지는 면도 있다. 내가 느끼는 나와 가장 친한사람들은 너무 멀어서 자주 못보는
것도 아니고 매일 오랫동안 보는 사람도 아니다. 나와 생각을 같이 하면서도 나와는 조금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매일 보더라도 1~2시간 정도 보고 때로는 못보기도 하는 사람들.
그들과 같이 일하게 되면 약간 싫어지고 그들과 살짝 떨어지게 되면 (옆 팀이라든지, 옆 부서라든지, 1~2분 걸리는 곳에 있는 다던지) 다시 관계가 회복된다.


사람마다 각자의 적정한 사회적 거리가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과 좀 더 붙어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 살짝 떨어져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 아무 멀리서 보는 게 좋은 사람(연예인과 팬의 관계처럼.)..
아무튼 평균적인 한국인들보다 나는 사회적 거리가 약간 먼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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