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기억에 남는 일들이라면 친구들과 산책을 했던 것들이다.
때로는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때로는 그냥 걸어서 가기도 했다.
(KAIST는 자전거가 있어 낭만적이다.)
주로 도는 코스는 학부 기숙사에서 충남대학교까지 일 때도 있고
그냥 학교 안 잔디밭을 한 바퀴 돌 때도 있었다.
같이 걸으면서 이야기 했던 친구들은 웅이랑 승훈이랑 민원이가 있겠군.
다들 1년씩 나와 룸메였다. (민원이는 고등학교 2학년 룸메, 웅이는 대학 2학년, 승훈이는 대학 3학년)
그냥 뭐 세상 사는 얘기도 하고 약간 철학적이거나 이공계스러운 이야기도 많이 했다.
가장 먼 코스로 돌았던 때는 민원이랑 새벽 3시에 충남대를 가로질러 KAIST에서 가장 먼 충남대의 문을 빠져나와 연구소를 몇 개 지나고 대전 시민천문대를 지나서 아름관 옆에 잇는 문으로 들어온 것 같다.
주로 산책을 하는 시간은 빠르면 오후 6시에 저녁을 나가서 사먹고 도는 것이었고
대게는 밤 10~12시쯤에 야행성이라 잠도 안오고 너무 심심해서 미칠 때 혹은 시험이 1주일 쯤 남아 서서히
시험의 압박 때문에 긴장이 될 때,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산책을 했던 것 같다.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민원이랑 돌았던 가장 먼 코스로는 아마 3~4시간 걸렸던 것 같다.
웅이와 산책을 할 때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충대에 들어가서 충대 사람들을 관찰했다.
우리 학교 사람들보다 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고 수도 더 많으니까.
(물론 이쁜 여자를 보는 일이 그 중 30%였다고 치자;;)
민원이는 고등학교 때도 기숙사에서 저녁에 자습 마치고 들어와서 이야기 많이 했었고
그 뒤에 광주에서도 전남대에서 민원이네 집까지 2시간 걸으면서도 많이 했다.
민원이는 사실 그렇게 말이 많은 친구는 아닌데, 나랑 있으면 할 말이 많아진다고 했다.
(친구를 수다쟁이의 길로 인도하고 있는 게 아닐까? ㅋㅋ)
승훈이는 게임 만드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만화 동아리 회장도 했고, 게임만들기에도 관심이 많아서 CG수업도
들었으니까.
그리고 다른 기억에 남는 산책들은 대학 3호관에서 기숙사까지 짧은 거리지만 우영이와 같이 했었던 것들이다.
동방에서 밤새 일본 드라마를 보고 차가운 공기를 상쾌하게 들이키면서 비몽사몽으로 기숙사에 들어갔던 거나,
아무튼 춥고 어두운 때에 주로 동방의 컴퓨터를 옮겼던 것 같다.
(동방과 기숙사 사이로 컴퓨터 옮기기를 10번은 하지 않았을 까?)
그리고 가장 졸리고 피곤해서 멍~했던 건 별바라기 사람들과 산에 올라가 별을 보고 새벽에 학교로 돌아와 태울관에서 기숙사까지 걸어갔던 건데.
정말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겁고 그보다 눈꺼풀은 더 무거운 짧은 거리지만 힘겨운 산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에서 평생동안 본 별 중에 가장 많은 별들을 보고 돌아올 때가 많았고 꿈속에서는 그보다 더 많은
별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대게 산책 전에는 암울한데, 산책 후에는 밤 늦은 시간이 되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왠지 가슴이 더 뛰고 세상이 더 희망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밤이 주는 포근함 속에서 환상적이고 저 멀리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쉽게 잠이 들 수 없다. 잠이 들어서도 산책 동안 했던 대화들이나 생각들이 꿈에서 펼쳐지면서
디즈니 사의 '환타지아 2000' 같은 visual로 펼쳐질 것만 같다.
산책과 밤은 인간을 감상적으로 만들고 수많은 이야기와 전설을 지어내고 수많은 글들을 쓰게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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