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13일 토요일

고장

3주째 주말마다 동생 하숙집에 가서 컴퓨터 고치고 있다.
망할 컴퓨터가 또 고장이란다.
한 번 다녀올 때마다 최소한 토요일 6시간씩 써야 되는 데.
아주 미치겠다.

오빠가 되가지고 동생한테 그 정도도 못해주냐고 하면 할 말 없다.
가족이라도 매주 짜증난 목소리로 전화해서 뭐 고장났다고 매주 불평 전화오면
기분 좋은 사람 아무도 없다.
뭐 그런건 당연한 거라는 듯 전화오는 데 어쩌란말인가.
상대방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바라는 데.
이게 고통으로 돌아오는 거다. 과중한 책임감이 사람을 잡는 거다..
어쩌면 돈 더 많이 벌어서 컴퓨터 고쳐줄 사람을 고용하는 게 모두에게 행복할지도 모른다.
오빠는 책임감도 느끼지 않아도 되고, 동생은 컴퓨터가 주말이 아닌 평일에 더 일찍 고쳐져서 좋고, 업자는 돈 벌어서 좋고.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려고 하지 않으려는 게 이 나라의 비극이다.
항상 자신이 소비자라고만 생각하고 공급자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이 가족에게 그런 부담을 줄 때마다 나중에 가족도 같은 부담을 주고.
당신이 식당에서 왜 밥이 빨리 나오지 않냐고 재촉할 수록 당신도 회사에서 상사에게 왜 보고서가 빨리 올라오지 않냐고 재촉받게 되는 거다.

그리고 자신의 컴퓨터인데도 그렇게 무책임하게 전화해서 내게 물어보는 동생이 아주 얄밉다. 어디가 고장인지 좀 찾아보고 한 번 켜볼 수도 있는 건데. 무조건 고장났다고 남에게 맡기면 내가 어쩌란 말인가.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야 나도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건데. 자신의 귀찮음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시간을 소모시키게 하고 있다.
어디가 고장인지, 어떤 상태에서 문제가 발생했는 지, 에러메시지는 뭔지만 잘 적어둬도 3시간 정도는 단축할 수 있다.

옆 방 사는 친구가 컴퓨터를 포멧해 놨단다.
물론 대부분 포멧하면 해결되는 것도 있지만..
그것도 근본적이지는 않다.
어디 고장 난 건지는 알고 포멧했어야지. 더 짜증나게 됐다.
포멧을 했으면 다시 원래대로 만들어 놓든지 해야지.
디바이스 드라이버도 안 깔아두고 간 것 같다.
랜카드 드라이버도 없어서 도무지 어떻게 해볼 길이 없다.
일단 이 인간이 망쳐놓은 문제를 수습하는 데 2~3시간 정도 쓰고.
그 다음에 다시 원래의 문제를 찾는 데 한 2~3시간 쓰고.
해결하는 데 또 2~3시간 쓰면 되려나.

이 놈의 드라이버도 아마 광주 모 아파트 구석에 박혀있어서 가져 올 수도 없고
모델명을 물어봐도 컴퓨터 열어서 확인도 못하고.
이거 잘못하면 2시간 더 쓸 것 같다. (이동시간 포함)
최악의 시나리오는 거기가서 내가 본체 열고 모델명 확인하고 다시 돌아와서 CD굽고 또 가서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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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컴퓨터 조립에 대한 사회적 기술들이 많이 늘고 있다.

1. 일단 조립 안해줄 것.
   프로그래머는 업자도 아니고 조립 기사도 아니다. 밤에 자고 있을 때, 평일에 일하고 있을 때, 주말에 모처럼 쉬고 있을 때 전화 한 통만 하면 달려올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조립해주고 돈 남겨먹을 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2. 대기업 제품을 사라고 할 것. 문제생기면 무조건 거기로 전화하게 한다.
   사람들은 친구가 아무리 멋진 방법으로 해결책을 줘도 밥 한끼 이상 안 사주지만
   업자가 문제를 해결해주면 10만원도 가볍게 지불한다.
   업자가 되서 서로 상대방의 친구의 컴퓨터를 고쳐주는 게 이공계인 모두에게 이득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원리다.

3. 가족이나 친하고 가까운 친구라면 피할 수가 없다. 그럼 대략 낭패.
   분명 A/S까지 생각하고 있어야 된다. 고장 날때마다 전화해서 부른다. 댓가는 없다.
   될 수 있는 한 고장날 여지를 줄여야 한다.
   모든 디바이스 드라이버, 설치 문서, 인터넷 계정 ID/password 등은 내가 보관하고 알고 있어야 한다. 그들은 그런거 한 달도 안되서 잊어버리거나 쓰레기 통에 버린다.
   그들의 요구사항을 가지치기 해야한다. 문제를 일으킬 추가적 프로그램 설치는 최대한 자제한다.
   최대한 핑계거리를 만들고 항상 바쁘다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주말에도 약속이 많이 있는 것처럼 해야 한다.

댓글 4개:

  1. 최근의 내 신조는 `필요한 일만 하자'인데 이 글과 유사한 점이 보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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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러게 세상엔 꼭 해야할 일만 하기도 너무 바쁜 곳이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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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내 동생 컴퓨터 하드의 증상.

    하드를 3개의 파티션으로 만들어뒀는 데.

    C,D,E 중 C는 엑세스가 안됨. 포멧을 시도하고 있으나 포멧도 안됨. 제일 첫 섹터에서 그냥 멈춰있음.

    모든 data는 D에 있어서 다행히 D는 내 회사 컴퓨터에 백업했음.(총 용량 9기가, 백업 소요시간 18분 - 초당 10MB/s속도)

    스캔해보고 삼성전자에 A/S 맡겨야 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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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삼성 A/S 센터 : 강남구 삼성동, 전화번호 1588-3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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