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은 내가 말한 소원은 잘 안들어주는 것 같다.
아무리 말해도 그건 너무 하찮은 것이고 소원/선물이 될 수 없는 거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내가 집에 갈 때마다
"회를 사줄까? 해물을 사줄까? 먹고 싶은 거 뭐든 사줄께."
"뭐가 하고 싶니?"
라고 물어보신다.
난 외식이 싫다.
기숙사 생활 7년 내내 외식만 하고 살았다. 코엑스에는 광주보다 맛있는 게 훨씬 많다.
그 돈 모아서 집에 에어콘 좀 달고 인터넷 좀 다시 연결해 달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그건 소원이 될 수 없단다.
"1년에 며칠 밖에 안 오는 데, 집에 에어콘 달고 인터넷 연결해봤자 뭐해?
제발 네 소원을 말하란 말이야."
1년에 며칠 밖에 안 있어도 에어콘과 인터넷이 안되면 불편해 미칠 지경이다.
내 행복을 실현해 줄 방법은 비싼 외식이 아니라 에어콘과 인터넷인데,
왜 안된다는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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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소원을 남들처럼 "축구공", "탕수육", "랍스터", "인라인 스케이트" 같은 식으로 말해야 하는 걸까?
내 소원은 "나 좀 내버려두기", "술 마실 때 일찍 집에 보내주기", "쾌적한 환경에서 살게 해주기" 뭐 이런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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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이 그랬다.
"이번 일 잘되면 상으로 양주 술집 쏜다."
그건 팀장님 입장에서 선물이지 내게는 선물이 아니라 벌이다.
사면 그 자리에서 다 마실게 뻔한데, 양주를 좋아서 마시는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선물이지만
내게 그런 선물 준다면 당연히 일을 게을리한다. 열심히 한 댓가로 벌까지 받아야 하다니, 그냥 놀고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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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보상(reward)이나 선물은 그것 자체 만의 price(가격)만큼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경제학에서도 말하듯 중요한 것은 oppotunity cost나 개인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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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만원짜리 돼지고기 삼겹살보다 2,000원짜리 떡볶이가 더 큰 선물이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새 안경이나 라식 수술 상품권을 줘봤자 의미가 없다.
대머리에게 핀을 사주거나, 팔이 없는 사람에게 글러브를 사주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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