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 17일 화요일

[기사]한국군 개혁해야 산다. - 넘쳐나는 병력

과거지향 ‘대군’ 부작용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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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없어 전투력 강화 못해” 불평만
  • 병사 1인당 국방비 바닥권

  • [한국군 개혁해야 한다]
    ②넘쳐나는 병력


    내년도 국방 예산안을 항목별로 나누면, △인건비 8조8753억원 △경상사업비 5조2996억원 △순수 전력투자비 5조8116억원 △장비유지비 1조2206억원 △방위비 분담금(군사건설) 2469억원 △미국 정부 보증판매(FMS) 차관 상환 212억원 등이다. 또 1970년대 이후 국방비의 기능별 배분비율 변화 추이를 보면, 인력 운영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970년대 말 37.9%에서 2000년대에는 50.0%까지 늘어나고 있다.(표 참조)

    국방부는 국방정책 추진 중점사항으로 ‘미래지향적 방위역량 구축’을 설정해 놓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양적 대군주의’를 고집하고 있다.

    육군 56만명 집중…구조·편제 기형적
    “50년대식 전술” 병사들 허드렛일 소모


    국방부 고위층 중에는 아직도 ‘한국전쟁’ 당시 중국군대의 ‘인해전술’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중국의 ‘인해전술’은 북진한 미군과 한국군을 후퇴시킨 중요한 전술이었고, 대병력은 아직도 군의 전투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쟁사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당시 중국군은 미8군과 10군단의 전투경계선인 낭림산맥 능선을 타고 남쪽으로 깊숙이 내려와 미군을 후방에서 공격했기 때문에 성공을 거둔 것이지 인해전술 자체는 부차적이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군 고위층 인사들이 ‘대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는 아무래도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한국군의 병력은 기술 집약적인 해·공군이 아닌 병력 집약적인 육군에 몰려 있다. 육군 병력 56만여명은 미 육군의 48만5천명, 러시아 육군 32만명, 일본 육상자위대 15만명보다 많은 수다. 그러나 미국·러시아·일본의 육군은 한국군보다 전투력이 훨씬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병력은 군의 기형적인 구조와 편제로 이어진다. 현재 육군의 장교, 부사관, 병의 비율은 9.4 대 8.9 대 81.7이다.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병사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다. 미 육군은 16.5 대 46.2 대 38.5, 독일 육군은 8.3 대 39.7 대 52.0다.

    병사들이 너무 많다 보니 전문적 지식과 고도의 숙련이 요구되는 자리를 장교나 부사관이 아닌 병사들이 담당하는 경우도 많다. 육군은 부분적으로 ‘유급 지원병’ 제도를 도입하려는 계획을 세울 정도다. 지나치게 높은 병사들의 비중과 터무니없이 적은 병사들의 월급은 긴밀한 관련이 있다. 징집된 병사 1인당 월급은 3만5800원(상병 기준)이다. 병사들의 월급을 ‘상식적인’ 수준으로 올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대병력은 수없이 많은 부작용을 안고 있다. 하나를 고치려 해도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신세대 장병들에게는 ‘침상형’ 구형 막사에서 사는 것이 고역이다. 국방부는 7년에 걸쳐 육군 581개 대대, 해·강안 소초 1245동, 해·공군 내무반 356개동을 ‘침대형’으로 고칠 계획인데, 이 사업에만 4조5천억원이 들어간다.

    일부 병사들은 고급 장교들의 개인 병력처럼 부려지는 경우도 흔하다. 연대장급 이상 고급 장교의 관사에는 ‘관사병’이 둘씩 배치돼 있다. 이들은 전투임무 대신에 고급 장교들의 음식, 세탁 등 허드렛일을 담당한다. 또 운전병들은 근무 밖의 시간에도 고급 장교들에게 불려나가야 한다. 심지어 휴일에 골프장 또는 교회에 가는 때도 상사를 모셔야 한다. 한 군 관계자는 “한국군 장성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일반인은 보기 힘들지만, 미국 국방부 주변에서는 출퇴근 시간에 장성들이 서류가방을 들고 걸어가거나 자기 차를 운전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군주의는 전술 발전을 제약하는 폐해도 낳는다. 한국군의 전술은 아직도 대병력을 바탕으로 산악지형을 참호로 연결해 전선을 방어하는 ‘선형 전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선과는 관계없이 정밀 유도무기로 전후방 중요시설을 타격하는 현대전과는 큰 차이가 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한 연구원은 이를 두고 “한국군이 1950년대 전술 수준에 고착돼 있다”고 혹평했지만, 아직까지 군은 근본적인 전술 변화를 외면하고 있다.

    국방부는 최근 의무복무 기간을 2개월 단축해 앞으로 병력을 3만명 정도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임무가 축소된 도하·선박 부대 등 조정 △행정요원 절감 △해군 레이더 기지와 공군 관제부대 정비 △군 휴양시설의 민간인 고용 등을 통해 병력을 추가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그 수는 모두 합쳐서 4만명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로는 현재 군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전체 병력의 문제와 함께, 장성과 영관급 장교들의 적체와 과잉 현상도 심각하다.

    한국군 장성은 육·해·공군 모두 합쳐 440명 정도다. 전체 병력 대비 0.06%이며, 장교 대비 0.67%다. 비율로는 높은 것이 아니지만,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국방부는 현재 향토사단과 동원사단 구조 조정을 추진 중인데, 그 결과 장성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윤광웅 장관은 최근 “장성 수는 현행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군 사기와 내부 반발을 고려해, ‘제살 깎기’를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각 군 본부와 군사령부 중복 조직 통폐합이나 육군 전력개발관리단 및 해·공군의 전투발전단 정비 등 군 개혁 과제는 물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국방부는 최근 중령급 장교 복무기간 2년 단축 방침도 백지화했다. 여론 조성이 안 됐다는 게 그 이유다. 2003년 말 육군 영관급 장교는 무려 129명이 초과 상태였다. 국방부는 그동안 영관급 장교들의 전역 뒤 자리를 알선하면서 조기 전역을 유도하기로 하는 등 갖은 묘안을 연구했으나 모두 물거품이 됐다.

    함택영 경남대 교수는 “내부 개혁 없는 상태에서 국방 예산을 늘리면 결국 비생산적 요소에 예산을 낭비하게 돼 있다”며 “양적 대군주의는 군 발전을 결정적으로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성걸 기자 skkim@hani.co.kr
    http://www.hani.co.kr/section-003000000/2004/08/00300000020040817173935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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