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7일 수요일

똑같은 일 두 번 하기.

내가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싫어하는 것 매우 많지만..)
"똑같은 일 두 번하기"이다.


매일 글을 쓰고 메모를 하는 이유도 생각해보면
같은 내용 두 번 생각하거나 같은 질문에 두 번 대답해 주기 싫어서이다.
같은 거 또 물어보면 써놓은 글을 보여주기 위해서 글을 쓰기도 한다.
말은 한 번 하면 한 사람만 알아 듣지만
글을 적어 두면 보는 사람이 다 알 수 있으니까.


그래서 심지어는 인사를 안 할 때도 많다.
매일 하는 거, 또 하는 게 귀찮아서..
어제도 했는 데, 또 할 필요가 있는 지 모르겠다.
(하지만 인사는 안하면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니까 할 수 없이 하고 있긴하다;;)


아무튼 일종의 minimalism을 취하고 있다.
반복된 일 하기 싫어서 컴퓨터 프로그램 만들고
프로그래머가 됐다.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일만 하고, 같은 증상의 환자만 돌보는 공무원, 의사 같은 직업이 싫어서
이공계에 왔다.


가끔은 매일 먹는 밥 왜 또 먹어야 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굶기도 하는 데,
아무튼 본능에 따르면 살아야 겠기에 먹는 다..


귀차니즘과 뭐가 다르냐고 묻는 다면
말하는 것보다 번거로운 글쓰는 짓을 한다는 점이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참거나 그냥 잊어버릴 수도 있는 데,
굳이 긁어내서 질문을 하고 고민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자동화하고 찾아가서 따지고 한다는 점이다.


남들이 뒷북 울리면서 유머를 할 때나 게시판에 글을 쓸 때도 속으로는 아주 부글부글 끓으며 화가 나는 데,
남을 너무 무시했다가는 사회에서 성질 더러운 사람으로 낙인 찍힐 수 있으니 그냥 참는 다.


무슨 짓을 하든 남이 하는 대답이나 남이 이미 한 일은 정말 하기가 싫다.
영어 수업시간, 국어 수업시간 반복해서 글을 외우는 것도 싫다.
반복학습도 싫고
같은 광고가 자꾸 나오는 TV도 싫을 때가 있다.


새로운 것에 중독된 현대인들과 비슷한데, 좀 더 메타적인 면에서 비슷한 것도 못참을 때가 있다.
그러다가 비판적이 되고, 회의적이 되고, 투덜거리다가 다 잊어버리고 다시 잠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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