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13일 토요일

와플

어제 저녁에 길을 가다가 와플을 하나 사 먹었다.
손바닥 2배쯤 되는 게 1,000원.

사람이 상당히 많아서 줄 서서 기다렸던 것 같다.
내 앞에 한 8명쯤 있었나..
처음에는 그냥 줄도 없이 무질서하게 사람들이 밀려왔는 데.
그렇게 하니까 내가 언제 저걸 사먹게 될지 예측할 수가 없게 되서
나름대로 줄 비슷하게 친구랑 둘이 서니 거기가 줄이 되었다.
무질서한 덩어리로 보이면 사람들은 그냥 아무렇게나 빈 공간으로 비집고 들어오지만
줄을 서있는 것처럼 보이면 뒤로 가서 서니까.
(예측 가능성과 FIFO scheduling, queuing)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관찰해보니 남자는 내 친구랑 나 밖에 없었다.
남자들은 오래 기다리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그런거 안 사 먹는 다.
그리고 핫도그는 먹어도 와플은 잘 안 먹는 것 같다.
아무튼 남자들이 더 적었다.
대학가나 남대문, 동대문이나 그런 곳은 남자가 더 적은 것 같다. 전통적으로 장보기, 쇼핑은 여자의 몫으로 분류되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장사하는 아저씨도 포장마차를 더 깔끔하게 정리해 뒀고.
(먹는 장사는 역시 청결해야 한다.)
풍선도 막 달아놨다.
(풍선, 꽃 이런거 달아두면 남자들은 더 오기 꺼려하게 된다.)

그리고 와플을 굽는 데도 탄 곳이 하나도 없었다.
길에서 파는 음식이라도 너무 타면 싫다.
(그래서 엄마들이 불량식품이라고 안사준다.TT)
아저씨 기술이 뛰어난 건지 와플기계가 좋은 건지.
그리고 한 입 먹었을 때 깨달았는 데. 와플이 겉은 익어서 딱딱한데, 속은 하나도 안 익었다.
붕어빵이었다면 환불 받았을 텐데. 와플은 그렇게 만드니까 더 맛있었다.
겉만 익히는 것의 장점은 2가지 인데.
1. 겉만 익히려면 높은 온도에서 가열하게 되므로 조리시간이 줄어들어 더 빨리 많이 만들 수 있고 성질 급한 한국사람에게 빨리 팔 수 있다.
2. 속이 부드럽고 쫄깃해서 맛있다. 속까지 골고루 익혀버렸다면 거대한 건빵이 되버렸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저씨가 깔끔한 빵집 주방장 복장(희고 깨끗한 앞치마)도 괜찮았고 9가지 크림 중에 원하는 크림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신기했다.
사람들은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좀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와플 먹을 때 와플 + 쨈 + 크림이 들어가는 데, 쨈 맛이 강해서 크림 맛은 잘 안 났다.)
그리고 음식 팔 때 선택의 문제는 참 미묘한건데. 너무 많은 선택 가능성이 있으면 사람들은 혼란스러워 한다. 서양사람들은 그런 것에 익숙할 지 모르겠지만 우리 나라사람들은 그런게 낯설 때도 있다. 오죽하면 메뉴판 보고 "아무거나 주세요.", "추천 메뉴는 뭐예요?", "여기서 재미 맛있는 거 주세요.", "제일 좋은 거.", "제일 비싼거". "뭐든 가장 빨리 되는 걸로" 이러겠나.
그렇다고 한 가지 메뉴만 팔면 금방 질릴 것 같다.
(대신 한 가지만 팔면 음식을 미리 만들어 둘 수 있어서 빨리 팔 수 있고 고정비용, 재료비 등..도 절감할 수 있다. 수요예측도 좀 더 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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