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16일 화요일

서민적인 가정

우리집도 뭐 그런 가정이다.
"교육"부문 빼고는 세상 어떤 일에도 돈 안 쓰는 집안.

처세술에 약하고 경제에도 별로 밝지는 않다.
(어머니 자신은 베타적이지 않지만 자식들에게 친구와 사귈 때 주의점을 말해주실 때는 친구를 거의 적으로 봐야된다.;; 어머니의 실제 행동은 안 그러신데, 아무튼 이론적으로 그들은 적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남에게 서운한 소리를 하시거나 인심이 박한 사람은 아니다.)
주식, 부동산 그런거 없다.
(건설 회사 그렇게 오래 다니셨는 데. 부동산이 없는 건 놀랍기도 하다. 너무 가난해서 그랬던 건가?)
정치 얘기도 거의 안하는 집안이다.
신문도 원래 안 보는 데, 교육에 필요하다면서 내가 보자고 해서 신청했다.
(아버지는 회사 다니시니까 보시지만 정치 쪽보다는 건설 회사와 직접 관련된 부분만 보시는 것 같다. 관련 공무원의 인사 이동이라던가, 개발계획이라던가.)
스포츠도 안 본다. 야구, 농구, 축구 그런 거 없다.
축구공도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샀는 데. 별로 차본 적은 없다.

TV 드라마만 엄청 많이 본다. 안 보는 드라마가 없다.

음악도 안듣고 영화도 안본다.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건 집을 나온 고등학교 때 부터다.)
내 동생이 cdp, mp3p, 스피커(3만원짜리 싼거) 하나라도 사려면 정말 투쟁해야 한다.
최신 가요 음반 이런거 한 장도 없다.
(예외적인 건 90년대 초반에 아버지께서 주현미 음반을 2장 정도 사셨다는 거)
소설, 만화책 같은 거 사면 혼난다.
(퇴마록 이런건 꿈도 못꾸고 토지, 아리랑이라면 시험에 나온다고 하면 살 수 있을 지도 모르겠군. 아무튼 책 사본 기억은 교과서 외에는 거의 없다.)

다들 소식해서 먹는 것에도 욕심없다.
4명이 두 그릇만 먹어도 잘 산다.

TV 하나만 있으면 100년을 살아갈 집안이라고나 할까.
명절에 집에 가도 별 얘기 없다. 할머니 댁에 가도 그렇고.
그냥 하루 종일 TV보고 애들 몇 살인지 돌아가면서 10번씩 물어보고
애들 성적순으로 sort해서 비교하고 그 담에 삐진 애들 몇명이 반란 일으키다가 아버지의 꾸중에 혼나고 잠드는 게 전부.
작은 어머니가 새로 나온 화장품 얘기하시는 것도 있군..
그럼 엄마는 그냥 듣고만 있는 데. 소비 욕구를 잠재우기 위해 부단히 애쓰신다.
작은 아버지(삼촌)은 세상 사람들이 다 친구라서 고향 친구 만나러 가고 없고
사촌동생들도 하루 종일 말 없이 TV만 본다.
아버지는 낮잠 계속 주무시다가 뭔가 일을 만드시는 데.
할머니 집에 연못을 판다거나 나무를 심는 다거나 개를 사다가 키운다거나.
(뭐 아무튼 건설이랑 비슷한 일이다. 부수거나 짓는 일, 둘 중에 하나 하신다.)
연못을 파고 다시 메꾸기도 하고 다음 번에는 다른 곳에 또 파고
세상 온갖 나무 다 심었다가 3개월 뒤면 나무는 죽어있고 그럼 캐내고 또 다른 거 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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