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4일 목요일

반찬투정과 소풍 ..

지금은 부모님과 안 사니까 반찬투정은 없지만 그래도 반찬 투정의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대신 다른 많은 것들로 투정하고 있다.
(아까 적은 냉장고 내용물 투정 같은 거..)

내가 주로 투정했던 건.. 아침에 밥 대신 콘 프로스트 같은 거 먹자는 거하고
점심 반찬으로 햄이나 소세지 좀 싸달라는 거.
그리고 고기 먹기 싫어서 도망다녔던 거랑.(고기는 안 먹는 데, 햄은 잘 먹었었다;)
주말마다 라면, 우동, 짜장면 같은 면식하자고 했던 거.
피자나 과자 사달라고 떼쓰기.

그리고 소풍 갈 때는 엄마가 항상 물을 얼려서 주셨는 데.
문제는 이 물이 소풍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 쯤 되야 녹는 거였다.
산에 막 올라가서 목이 마를 때는 얼음이 얼어 있어서 절대 마실 수가 없다.
한 방울, 한 방물 떨어지는 물을 마실 때면 마치 '신포도'의 여우처럼 매우 짜증난다.
그리고 물을 얼려두면 주면의 수증기가 물통 바깥에 응결해서 가방 전체가 축축해진다.
먹을 물은 다 얼어있는 데, 가방은 축축하고 대략 난감하다.
차라리 그냥 미지근한 물 주는 게 낫다. 마실 때 청량감은 떨어지지만 일단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고 가방이 축축해 지지도 않는 다.

그 다음이 휴대용 도시락. 김밥을 잘라서 은박지나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넣어서 주시는 데. 도착해보면 항상 용기가 부서져있다. 부서진 건 문제가 안되는 데 튀어나온 김밥들이 가방에 짓이겨져 있으면 낭패.
집에 돌아갈 때는 상한 음식물이 든 쓰레기통을 짊어지고 돌아와야 한다.

초등학교 6년 내내 그랬는 데. 왜 다른 좋은 방법을 생각하지 못하고 그 짓을 반복했는 지 모르겠다. 엄마는 내가 쓰레기통(가방)을 짊어지고 돌아오면 사회에 불만이 있어서 밥을 안 먹었다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사실 불만 많은 꼬맹이었지만.. -.- 쓰레기가 되서 못 먹는 거다.)

요즘은 요령이 많이 늘었다.
물통도 무슨 그림 그려진거 이쁜 거 살 필요 없다. 500ml 음료수 하나 먹고 그 통에 담으면 된다. 500ml 음료수 통이 더 인체공학적이고 가방속 공간도 효율적으로 쓴다.
(보온병 그런거 비싸고 무겁고 물을 담을 공간도 적다.)

김밥도 은박지에 싸더라도 각각을 펼쳐서 담지 말고 자른 후 긴 호스모양을 그대로 유지한채로 바로 싼 걸 산다. (요즘 길에서 파는 거나 편의점에서 파는 건 다 그렇다.)
그게 공간도 절약하고 튀어나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표면적이 작으니까 튀어나갈 확률도 낮다.) 비밀봉투로 한 겹 싸고 담으면 된다.
아니면 삼각 주먹밥과 계란을 사면 된다.

계란도 집에서 삶은 건 비닐봉지에 넣으면 깨지는 데, 편의점에서 파는 건 공기 쿠션이 담긴 플라스틱 구조체가 바깥을 보호해 준다. 메추리알이라면 공기를 최대한 빼고 아주 빵빵하게 밀착 포장되있어서 그것도 괜찮다.

결국 편의점에서 다 산다는 거다;;;
요즘은 그래서 추석, 설에 버스를 10시간 타도 배고프지는 않다.
다만 화장실 문제와 부서질 듯한 허리의 고통만 빼면..
버스는 습도가 낮아서 목이 정말 타는 데, 물을 많이 먹어야 하지만 화장실 문제와 trade off해야 되는 게 짜증이긴하다.
그리고 버스 안은 여름에는 무지 춥고 겨울에는 무지 덥기 때문에 계절과 반대되는 복장이 될 수 있게 잘 준비해야 한다. 겨울에는 얆은 옷을 여러개 입어서 나중에 벗을 수 있고 여름에는 긴팔을 준비해야 냉방병이 예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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